30일 오후1시(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터컨티넨털호텔 5층 중식당에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았지만 황 사장의 얼굴에는 이미 중국 자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자긍심이 엿보였다. 황 사장은 “이번 CICC와의 협력협정을 통해 중국 투자은행(IB) 시장의 든든한 네트워크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 글로벌 사업팀 일부를 홍콩에 전진 배치해 아시아 지역 ‘넘버 1’이 되겠다”고 중국시장 직접진출 의지를 밝혔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을 겨냥한 국내 증권사들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 대형 IB와 손을 잡거나 본토와 홍콩ㆍ싱가포르 등에 현지법인을 잇달아 설립하는 등 중국 자본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의 대표적 IB인 CICC와 사업 부문별 업무협조와 공동사업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력협정(C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우리투자증권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위안화채권(딤섬본드) 발행과 기업공개(IPO) 주선 등 IB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 현재 구축해놓은 홍콩법인과 싱가포르IB센터-베이징 우리환아투자자문사를 중국 본토와 연결해 ‘그랜드차이나 투자벨트’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에서 종합증권업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동환 우리투자증권 글로벌사업담당 상무는 “이번 협력협정을 통해 중화권 영업기반을 강화하고 활발한 정보공유로 실질적 업무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을 겨냥한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증권이 연내 홍콩법인의 자본금 규모를 3배로 확대할 계획이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ㆍ대신증권 등은 홍콩ㆍ싱가포르에서 자산관리와 상장 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 기업공개(IPO)’ 라이선스 취득도 추진하고 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자본시장 진출에 대비해 홍콩 현지법인을 중장기적인 아시아 IB센터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동양종금증권도 홍콩법인을 아시아 자본시장의 금융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세부 조율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IB 본부장은 “중국 자본시장 개방은 우리나라 IB산업뿐만 아니라 금융투자 산업 전반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증권사들마다 홍콩이나 중국 본토 진출에 매달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