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12월 15일] 까치밥은 남겨두라

최근 우리나라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외부적 환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부적 환경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국회에서 여야의 첨예한 대립 끝에 지난달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이 통과됐다. 만약 1년 전에 이 법들이 실행됐다면 지금처럼 많은 자영업자들이 하루가 멀다고 폐업까지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마트가 피자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 9일에는 롯데마트에서 5,000원대 초저가 치킨을 판매한다고 나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 큰 나락의 길로 내몰렸다. 현재 치킨 관련 전체 시장 규모는 5조원으로 가맹점 수만 5만여개에 달한다. 1개 가맹점당 종업원 수를 최소 1명만 잡아도 자영업자를 포함하면 10만명에 이르고 가족 구성원을 2명만 잡아도 20만명 이상의 생계가 걸려 있다. 여기에 치킨 전문점과 연계되는 각종 산업 종사자(원ㆍ부자재 납품업자)를 더하면 40만명 이상의 생계가 달려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적게는 3,000만~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 정도를 투자해 매장을 운영하는 생계형 창업자들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약육강식에 따라 삶이 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자금력을 앞세워 이들을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 세우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거대한 자본으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외국 기업도 상도에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국민으로 자국의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하는 대기업이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 일은 결코 환영 받지 못할 것이다. 중소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오랜 세월 동안 대기업과 중소 소상공인들 간의 갈등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나 국회, 그리고 지방자지단체가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 보장을 위하고 어려운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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