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정책기조 변화BSI·소비지수등 사상최고 부처간 '안정우선' 공감대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는 무엇보다 성장 자체에 연연하지 않고 성장의 내용과 질을 따지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칫 과열과 물가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내수와 건설경기 위주의 성장정책에서 벗어나 속도를 다소 늦추더라도 불안요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외 경기여건이 나아졌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정부가 부양에서 안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우선 말이 변하고 있다.
민간연구소나 학자들이 경기안정대책을 촉구할 때마다 "경기과열 여부는 하반기 쯤에나 판단할 문제"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1ㆍ4분기가 지나봐야 안다"고 바뀐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특히 경기의 조속한 회복을 돕기 위해 상반기에 집중할 계획이던 재정투자사업을 연중 분산할 계획이다. 재정사업이 주로 사회간접자본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축경기가 다소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업들은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조심스럽고 말을 아끼기로 유명한 장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경제부처간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거시경제정책 전환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책기조의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을 웃도는 성장은 정책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올 1ㆍ4분기 중 성장률이 6%대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자기대지수와 경기실사지수 등도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 과열을 예고하고 있다. 침체 늪에 빠져 있던 수출이 기대처럼 2ㆍ4분기 이후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부양책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물가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속도조절 수단은 금리조정이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도 오는 4월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 미국계 증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는 "한은이 올 하반기 이후 콜금리를 0.5%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행시기가 이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품귀현상이 일부 나타나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선제적인 금리인상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면 금리뿐 아니라 가계대출 억제, 부동산 투기 감시 강화 등 미시적인 정책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든 경기과열은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권홍우기자
● 삼성硏보고서
수출회복땐 성장 6%넘어 부실기업처리 조기 마무리
'수출과 투자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기 전인 2.4분기에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미 한차례 국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거품)을 지적했던 삼성경제연구소가 13일 다시 강조한 국내경기에 대한 진단이다. 삼성연구소는 이날 '최근 경기점검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에 팽배해 있는 과잉심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재검토하고 부양보다는 안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최근 수출이 침체된 가운데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터에 수출까지 활기를 회복한다면 1·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6%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됐다.
더구나 경기에 대한 기업체감지수(BSI)가 사상 최대치인 141.9를, 소비자체감지수가 1.4분기에 55.7를 기록하는 등 기업과 소비자의 기대지수가 과거 경제회복 초기의 2배이상으로 나타나 과잉양상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또 내수만으로 6%대 성장이 가능한 상태에서 수출이 회복될 경우 과도한 소비와 투자가 발생, 내수와 수출이 모두 급등하는 과열양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연구소는 때문에 자산시장에서 나타나는 버블현상이 실물경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기회복의 속도와 금리정책의 시차를 고려, 콜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실세금리의 인상폭을 1.4분기 경제성장률 6%, 물가상승률 2%, 경상성장률이 8%라고 전제할 때 현수준인 7%에서 9% 정도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함게 재정정책을 재조정하는 한편 부실처리 등 미시정책을 병행,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처리를 조기에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