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1,000달러 게놈(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올해를 '1,000달러 게놈' 시대의 원년으로 이끌겠습니다."
1997년 설립된 마크로젠은 바이오 벤처 1세대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지난 15년 이상 다양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해온 유전체분석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연구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65%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
최근 성장세도 눈에 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매출액 484억원,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72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7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로 다시 한번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50~60%.
유전체는 흔히 게놈(genome)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집합체를 뜻한다. 개인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면 미래에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또 이를 치료하려면 어떤 치료방법이 적당한지를 모두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전체 정보는 동물질병ㆍ대체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서울 가산동 마크로젠 본사에서 만난 김형태(52ㆍ사진) 대표는 "최근 3년간 이어온 두 자리 수 성장의 성과는 올해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은 올해 미국 차세대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장비 전문업체 일루미나의 Hiseq X Ten 시퀀싱 시스템을 들여오는 것에서 비롯됐다. 오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1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장비가 우선 공급되는 기관은 미국 하버드ㆍMIT 브로드연구소, 호주 가반의학연구소 등 2개의 연구기관과 마크로젠 단 3곳뿐이다. 즉, 마크로젠이 유일한 상업 기관인 셈. 그는 "기존 제품 대비 성능이 10배 이상 향상돼 하루에 8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며 "마크로젠의 서비스 역량은 600% 이상 증대돼 연간 3만5,000명 이상을 분석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아직은 연구자에게만 제공되지만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1,000달러 이하로 서비스 받을 때도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실제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는데 들었던 비용은 2000년만 해도 30억달러에 달했다가 2010년 1만달러, 현재는 3,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대표는 2000년 연구소장으로 합류해 현재 4년째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초창기 마크로젠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20달러에 서비스할 때 5달러로 제공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10년 이상 지난 현재 경쟁사들 가격은 6~7달러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매출의 8~9%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품질향상에 힘쓴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데이터를 임상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연구자용 시퀀싱에서 임상진단 시퀀싱으로 확대하는 것. 김 대표는 "지난해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 MCL(Macrogen Clinical Laboratory)과 긴밀히 협력해 의사와 환자에게 임상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내 임상진단 시퀀싱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런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예방의학과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리면 마크로젠의 역할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유전체 사업에 8년간 5,000여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국내 유전체 연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건강검진 결과가 아니라 유전체 정보를 가져오라고 하는 시대가 머지 않아 올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