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중·상류층 인사 1백3명이 국내에서 4백억원대의 상습도박판을 벌여오다 검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또 기업인·연예계인사·폭력조직 두목 등 내로라하는 부유층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백억원대에 가까운 카지노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창 뛰어도 어려운 시기에 도박을 하다니. 실로 망국병이 골수에까지 이른듯 싶다.서울지검에 구속된 국내 도박판 인사들 가운데는 은퇴한 시중은행지점장·구의회의원·중소건설업체대표 등을 비롯, 대학교수부인·구청공무원 부인 등 직업이 다양하다. 대체적으로는 가정주부들이 가장 많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도박을 하다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유층은 40여명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미 4명이 구속된데 이어 카지노 마케팅담당인 재미교포도 구속됐다.
도박은 노력의 대가없는 한탕주의다. 마약이나 다름없다.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도박판을 빠져나온 사람들 가운데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 스스로 손가락을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주부들은 도박판에 뛰어들면 패가망신하게 마련이다.
이번 국내·국외 도박단은 지금까지 적발된 도박단과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조직적이고 대규모다. 또 시기적으로 나라가 어려운 상황하에서 한탕주의라는 사회적 병폐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도박단은 경종을 울려준다. 가끔씩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도박단이 적발된 적이 있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도박단중에는 한 사람이 무려 3백55만달러(한화 약 28억4천만원)를 탕진, 검찰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한 호텔 카지노에는 한국인 고객전담으로 재미교포가 3명이나 채용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구속된 한국인 마케팅담당 재미교포의 수첩에는 40명의 한국인 고객명단이 있었으며 이들이 진 빚의 토털은 1천2백만달러(한화 약 96억원)나 됐다. 빚은 국내에서 한화로 계산돼 환치기 수법으로 송금됐다. 외화의 밀반출이다.
우리나라는 불황의 장기화로 기업들이 계속 쓰러지고 있는 판국이다. 실업사태가 속출, 대량실업의 공포가 온 나라를 짓누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외환대란설까지 나올 정도로 비상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번에 구속된 기업인은 회사일도 팽개치고 도박에 열중했다. 한푼이 아닌 수백만달러나 되는 아까운 외화를 날리면서. 나라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개인주의의 극치다.
검찰은 국가기강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 지금은 온국민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때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