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 신도시 임대 아파트에 대한 불법 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동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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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안 하는데 불법이면 어떻습니까?” (판교신도시 M공인 관계자)
지난 1월 초부터 본격적 입주를 시작한 판교신도시에서 불법 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대는 임대아파트의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주는 것으로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한 지도 및 단속을 수행해야 할 국토해양부와 성남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판교 전세 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14일 국토부와 성남시에 따르면 입주 5개월째를 맞은 판교신도시에서 불법 전대를 적발하거나 단속한 사례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전대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지만 구체적 사례는 드물다”는 게 국토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비교적 입주가 빠른 서판교의 경우 109㎡형을 기준으로 1억2,000만~1억3,000만원 선에서 전세권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합법적 전세 거래가 가능한 분양 아파트의 전셋값(109㎡형ㆍ1억6,000만~1억8,000만원)보다 수천만원 싼 가격이다. 판교 S공인의 한 관계자는 “(불법 전세 물건이) 올해 초보다 1,000만원가량 올랐다”며 “거래가 이뤄지고 문제가 없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월세 거래도 활발히 이뤄져 서판교 임대아파트 79㎡형과 109㎡형은 각각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 60만~8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판교 I공인의 한 관계자는 “매도ㆍ매수자 모두 전입신고조차 불가능한 불법 거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주변 시세보다 싸고 단속도 없으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전대가 판을 치면서 판교 전세시장에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 아파트의 전셋값은 변화가 거의 없는데 반해 전대 물건 값은 상승하고 있는 것. 판교 B공인 관계자는 “위치와 면적이 비슷한 집의 전셋값이 몇 천만원씩 차이가 나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판교에서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와 단속을 펼쳐야 할 국토부와 성남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공공주택 관리를 맡고 있는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사법권이 없는 중앙부처가 이런 일을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시청에서 주도적으로 단속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의 한 관계자는 “시가 할 일은 건축물의 준공과 허가와 관련한 사항 뿐”이라고 되받았다.
판교에서 사업을 진행한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성남시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동안 판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올해에도 계속해서 입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