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産 짝퉁 꼼짝마!" 과자부터 자동차까지 수출피해 17조…민관 대응 본격화 이효영 기자 hyiee@sed.co.kr 이진우기자 rain@sed.co.kr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지난 4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인천항으로 들어온 한 대형 화물선. 대우자동차 상표가 부착된 오일필터 40박스(2,000개), 에어필터 4박스(300개) 등이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다. 모두 중국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짝퉁(모조품)' 자동차 부품들이었다. "자동차 부품까지 짝퉁이라니…" 세관 관계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스(CASS)를 생산하고 있는 OB맥주. 카스 짝퉁과 한 바탕 전쟁을 치렀다. 법원에서 승소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Cash, Ca55, Cazz 등 수십종에 달하는 짝퉁 맥주들이 우리 노래방을 휘젓고 있었던 것. OB맥주는 2001~2005년 무려 17개 업체와 소송을 벌여야 했다. 짝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라면ㆍ초코파이ㆍ새우깡 등 먹거리는 물론 한국산 담배ㆍ휴대폰 등 그 영역도 무척 다양하다. GM대우는 마티즈의 외형을 비롯해 부품까지 베낀 중국업체와 비공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정도였다. 정부는 지난해 짝퉁으로 인한 수출 피해액을 171억달러(한화 17조원)로 추정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짝퉁' 피해가 우리 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26일 과천청사에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모조품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선 산업자원부ㆍ문화관광부ㆍ정보통신부ㆍ통상교섭본부 등 정부부처와 KOTRA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모조품피해대책정책협의회를 구성, 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또 해외에서의 단속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무역협회에 '피해대응지원센터'를 오는 6월에 설치하고 피해규모가 큰 지역에는 특허관 파견도 검토하기로 했다. 민간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GM대우, 의류업체인 성주DND, 에트로 등은 24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KOIPA)'를 창립, 짝퉁 상품을 예방ㆍ단속하는 활동에 나섰다. 이 단체에는 조만간 현대차와 르노삼성 등을 비롯해 10여개 기업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짝퉁제품의 범람은 한국제품의 신용도에 큰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기업끼리는 물론 정부기관과의 공조를 통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짝퉁 피해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특허청에 접수된 건수를 기준으로 2000년 15건에 불과했던 피해는 지난해에는 34건으로 늘었다. 중국 모조품 건수는 2000년 1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8건으로 늘었다. 특히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개별적인 대응도 버겁다. 2000~2002년 지적재산권 해외침해 사례 중 미등록ㆍ미출원 비율이 전체의 44.4%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때문에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의 모조품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법률지원 비용을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현지의 단속 대행사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나도성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전담관을 중국 베이징ㆍ상하이ㆍ칭다오 등 3곳에 지정하고 효과를 봐서 늘려나가겠다"며 "민관이 공동 대응해 모조품에 따른 피해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5/26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