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 독일·프랑스·이탈리아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고 수십년간 연간 GDP 성장률 6%대를 기록한, 여기에 천연자원까지 풍부한 '기회의 나라'가 있었다. 바로 최근 경제위기설에 휩싸인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과거의 영광과 부존자원이 국가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국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강의 기적'을 거둔 대한민국의 미래는 보장돼 있는가.
지금까지 한국 경제성장의 주동력은 대기업의 조립완성품 산업이었다. 그런데 이 분야의 경쟁력이 정점을 거쳐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어야만 앞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은 조립완성품을 보완할 부품·소재·장비 산업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이들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등극해야 한다. 문제는 아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내수 중심의 영세기업이다. 그리고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고리가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2003년 당시 중소기업 중 2011년 기준으로 독자적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3개, 같은 기간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1개에 불과하다.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혁신역량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특정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로 내수 의존도가 높다. 일정 수준 성장 후 한계에 봉착하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집약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이밖에 중소·중견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소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은 10개 내외에 불과하다
경제성장의 보조동력이 돼야 할 서비스 산업의 상황은 어떤가. 서비스 산업은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면서 고용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보조 성장동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비스 산업이 5∼10년 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완화·철폐가 필요하고 내외국인의 대대적인 투자가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돼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추세도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2025년부터 완전한 저성장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2020년대 초반까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단발적인 정책이 아닌 경제·사회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이는 곧 발표될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도 반영돼야 한다. 5년 후에는 한국 경제의 변화가 뚜렷해져 한국이 개도국 중 유일하게 선진국에 진입하는 '기적의 나라'로 기억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