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공무원 퇴출 '칼바람' 불었다지만…

공무원 구태행정 여전

서울 용산구에 사는 K씨는 최근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렸다가 단속 공무원들로부터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잘못을 했으니 과태료는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공무원들의 태도가 너무 무례했기 때문. K씨를 보고 달려온 2명의 단속 공무원은 신분도 안 밝히고 무작정 신분증부터 요구했다. K씨는 “물론 내가 잘못은 했지만 소속과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아랫사람 대하듯 시민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및 공무원 집단에 무능 공무원 퇴출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공무원들의 구태의연한 행정은 여전하다는 게 시민들의 평가다. 특히 불법행위 단속 및 민원 서비스에서 고압적 인 자세, 책임 회피 등 공무원 사회의 악습들이 개선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강남구에 사는 B씨는 최근 서울시에 민원 전화를 했다가 담당자를 찾기 위해 무려 8번이나 전화를 돌려야 했다. B씨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했지만 걸 때마다 다른 사람을 바꿔주기 일쑤였고, 결국 처음에 전화를 받았던 사람과 다시 통화했다. B씨는 “자신의 담당 업무가 뭔지도 모르는 무사안일주의가 과연 일반 기업에서 통할 수나 있겠냐”며 “서울시에는 윗사람한테 아첨 잘하고 아랫사람은 막 대하는 공무원들만 퇴출 당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원 서비스와 관련된 불만은 연일 시 및 자치구 홈페이지를 달구고 있다. 동대문구에 사는 자영업자 C씨는 사업 관계로 구청에 민원 전화를 할 때마다 “담당 직원의 이름을 알려달라”며 실랑이를 벌인다. C씨는 “분명히 담당 업무가 맞는데도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면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상명 서울시 시민협력과장은 “서울시는 무능공무원 퇴출과 함께 곧 ‘다산 프라자’라는 시민 민원 기구를 만고 시민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민원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신인사, 신감사, 신민원으로 공무원 사회 체질개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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