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매 혁신·비용절감등 성과 '쏠쏠'

CMO등에 외국인 임원 영입 2년째…
이미지 제고·빠른 의사결정등 비업무 부문도 개선

(좌부터)더모트 보든 CMO, 토머스 린튼 CPO, 디디에 셰네보 CSCO

지난 2007년 12월1일. LG전자는 창립 이후 고유 영역이었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 아일랜드 국적의 더모트 보든 부사장을 전격 발령한다. 이후 한 달 뒤 최고구매책임자(CPO)에 미국 IBM 출신의 토머스 린튼 부사장을, 그 뒤 두 달 뒤에는 HP 출신의 디디에 셰네보를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에 임명한다. 'C 레벨급' 최고경영진에 파란 눈의 이방인을 영입한 LG전자의 '인사 혁신'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가량이 흘렀다. LG전자의 인사혁신은 현재 조직문화와 업무 등에서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업무적인 면에서 보면 가시적인 성과가 적지 않다. 린튼 CPO 부사장이 발령된 후 눈에 보이지 않는 계열사 우대 등을 단절시키면서 구매 관련 프로세스와 시스템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주는 'ISM 구매대상'의 올해 수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한 해에만 1조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디디에 셰네보(CSCO) 부사장이 맡고 있는 공급망관리(SCM)에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급망관리 혁신으로 3억5,000만달러의 경제적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관리 혁신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재고일 수가 전년 대비 10일 이상 감소해 1억5,000만달러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더모트 보든(CMO) 부사장이 맡고 있는 마케팅 분야도 다르지 않다. 2008년부터 국제적 자동차 경주 대회인 F1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또 스노보드 월드컵을 후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LG'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임직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마케팅 포털 사이트를 가동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비업무 파트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우수 해외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 또 LG전자에 근무하는 외국인 인력이 LG전자를 '한국 기업'이라기보다는 '본사만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인식하도록 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외국인 임원들의 격의 없는 문화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중 하나다. 상하관계가 전보다 자유로워 의사 결정이 빨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한 직원은 "전에 비해 임원과 대화 시간이 늘었다"며 "외국 임원이 권위적인 면이 덜하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고위임원 밑에 다른 외국인 임원(상무와 부장급)들이 잇따라 영입되면서 LG전자 본사 임원의 상당수가 외국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가시적 성과와 조직문화 개선에 ▦영어 공용화 ▦외국인 임원과 국내 직원과의 소통 원활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외국인 임원들이 한국식 폭탄주를 마시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CMO인 더모트 보든 부사장은 집무실에 한국인 직원이 방문하면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만을 먼저 건내기도 한다. LG전자의 한 고위임원은 "초기에 외국인 임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았고 현재도 부정적 인식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눈에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 고위임원 고용의 긍정적 변화는 더욱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일단 LG전자의 외국인 고위임원 영입은 우려보다 성과가 큰 것으로 평가한다. LG전자의 이 같은 외국인 고위임원 영입 등의 인사혁신이 지속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