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2.8%로 대폭 낮췄다. 해외 투자은행(IB)을 제외하고 정부 기관이나 주요 연구소 중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곳은 금융연구원이 처음이다. 내수부진과 수출둔화, 메르스 충격이라는 세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온 게 3%선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만약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수치가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게 된다.
문제는 이조차도 안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금융연구원은 이번 전망치를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상 가지 않고 지역감염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추산했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병원 외 감염 우려까지 현실화한다면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경우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조차 할 수 없고 진정되는 듯 보였던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호재는 보이지 않고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우리 경제가 시련에 빠져들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와 통화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일주일 전 기준금리를 1.5%로 낮춘 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달 말 추가적인 경기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추경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재정과 통화정책은 응급처방일 뿐이다. 장기침체의 덫을 피하려면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꼭 병행돼야 한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해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기술과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며 노동시장도 현실에 맞게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정작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