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현대건설에 대출해 준 1,500억원이 대북 송금과 관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중이다.
특검팀은 12일 산업은행 현대담당 팀장이었던 이모 씨와 현대건설 관계자 2~3명을 소환,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공여비율이 초과된 상태에서 산은이 1,500억원을 신규 지원한 경위 및 대출금의 사용처를 집중 조사했다.
산은은 2000년 6월7일 현대상선에 당좌대월 4,000억원을 지원한 뒤 6월26일에는 채권을 인수해 주는 방식으로 현대건설에 1,500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산은은 현대상선 대출은 물론 현대건설 지원 사실을 같은 해에 금감원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와 은행연합회 기업여신정보(CRT)에서 누락시켜 대출 경위에 의혹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현대건설은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 등으로 조성한 1억5,000만 달러(당시 1,800억원)를 2000년 5~6월께 북한에 송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검팀은 대출금 1,500억원이 대북 송금에 직접 이용됐거나, 현대건설의 대북 송금액을 보전해 주기 위한 차원에서 대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 청와대 등 정치권의 대출 압력 여부를 조사중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대북송금이 이뤄진 2000년 5~6월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 대해 14일 출두해줄 것을 통보했다.
특검팀은 또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 전날 검찰이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의 자택과 개인사무실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에서 대북 송금 관련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검찰에 자료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한 최고위원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던 2000년 6월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에게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원명기자, 이준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