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123억 기부금 유족 손으로

헌재 "날인없는 자필 유언장 무효조항은 합헌"
'대법 유족 승소판결' 확정

한 사회사업가가 “사회발전에 써달라며”며 연세대에 기부한 100억원대의 돈이 결국 유족의 손으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유언자의 도장이 찍혀 있어야만 자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는 민법 조항은 유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연세대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사회사업가 김모씨가 연세대에 기부한 123억원의 돈을 돌려달라며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을 확정지은 것이다. 평생 독신으로 사회사업을 하던 김모씨는 지난 2003년 숨지면서 123억원의 예금을 남겼으며 그가 거래하던 은행 금고에서는 “전 재산을 연세대의 한국 사회사업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그러나 김씨의 형제 등 유족 7명은 “유서에 고인의 도장이 찍혀 있지 않으므로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연세대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위·변조의 위험이 클 뿐 아니라 무인(손도장)으로 도장을 대체할 수 있고 자필유언 외에 다른 방식의 유언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필유언에 반드시 도장을 요구한다고 해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유일하게 위헌의견을 낸 김종대 재판관은 "최근 타인의 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위조하는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서명만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자필 유언장에 도장까지 요구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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