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衆의 지혜가 천재보다 낫다"

대중의 지혜 -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증시·인터넷등서 대중판단의 정확성 제시
다양·독립성등 살릴 메커니즘 구축법 설명



대중(大衆)하면 흔히 군중심리로 대변된다.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좌우되는 국가체계가 시작된 이후 군중을 무지한 집단으로 폄하해 통치하는 것이 보다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인 제임스 서로워키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보통사람의 상식은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한 미국의 평론가 H.L. 멘켄의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대중의 지혜가 사회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 저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론이 소수의 천재들의 지적능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이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매커니즘이 필요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9ㆍ11테러 발생의 원인을 미국 정보기관들의 소수 획일화 된 전문가들에 의한 중앙집권식 정보체계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대중의 판단이 정확하다는 것을 주식시장, 스포츠도박, 검색엔진 구글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대중의 지혜로 움직이는 매커니즘은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된다. 개인들의 지식이 한곳에 모여져 인터넷에는 새로운 백과사전이 나오기에 이르렀고, 프로그램의 자원을 공개한 리눅스도 대중에 의해 개선 발전되는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웨어 개발 매커니즘이다. 대중의 지혜는 주식시장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지난 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8분 후 주식시장에서는 발사계획에 참여한 주요 기업 네 곳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그 중 고체엔진 추진 로켓을 만든 머튼 티오콜사의 주식은 투매현상이 너무 심해 거래정지조치까지 내려지는 등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폭발 6개월 후 사고조사위원회는 티오콜의 로켓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밝혔다. 당시 주식시장 거래를 분석한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티오콜 경영진이나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회사들의 매도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이 현명한 까닭을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로 설명하고 있으며, 대중의 지혜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식을 종합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다양성은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추가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며 “하지만 응집력이 강한 동질성의 집단은 다양성이 결여돼 집단사고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은 대중을 이루고 있는 개인들의 자율적인 조정 방법과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부패문제 등 대중의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매커니즘 구축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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