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해결의 전제/박원배 산업1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기아사태의 향방은 여전히 미지수다.지난 22일 강경식 부총리가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 방침을 밝히고 28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기아지원책이 나왔지만 사태해결의 관건인 정부·채권단과 기아 임직원간의 입장에는 아직 어떤 변화나 진전도 없다. 물론 법원이 채권단의 법정관리를 수용하면 가닥이 잡히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의 출근투쟁, 노조의 전면파업,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임직원의 불복종과 같은 극단적 사태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힘」으로 해결하려 할 때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정부의 책임이다. 이와관련, 문제의 핵심은 기아자동차의 특성유지와 김선홍회장이라고 본다. 기아 임직원들이 법정관리를 결사반대하는 배경에는 시나리오설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는 기아의 피해의식이기도 하지만 각종 「보고서사건」을 일으킨 정부와 삼성의 책임이기도 하다. 여기서 강부총리가 밝힌 「소유경영이 분리된 국민기업」 방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설득을 위해 던진 카드가 아니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기아인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기아가 소유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이상적인 기업형태란 점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김회장의 거취문제는 검찰의 내사와 같은 압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내년 4월로 입사 40년이 되는 김회장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그리고 명예롭게 선택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또 기아 내부에서 선임할 경영자(재산보전관리인)를 임직원들에게 맡겨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지난 7월15일 부도유예 조치 이후 「모 아니면 도」가 가져온 폐해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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