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시티폰 반납협상 난항

◎사업자 “시설 사가라” 요구하자 한통측 “적자사업… 공짜로 달라”/정통부 “민간업자 일,관여 안해”한국통신에 시설과 가입자를 넘기고 사업권을 포기하려는 지역 시티폰 사업자들이 한국통신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사업자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를 사실상 포기한데 이어 기존 가입자마저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어 이래저래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28일 서울이동통신 관계자는 『한국통신에 시설인수 자금을 분할 납부하거나 임대방식으로라도 인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늘어나는 적자로 무선호출사업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용희 한국통신 무선사업본부장은 『지역사업자의 시설과 가입자를 인수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나 시설을 무료로 넘긴다는 조건이면 가입자를 받아 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적자가 나는 사업을 무리하게 떠안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역 시티폰 사업자들은 『1천6백억원이나 투자한 시설을 공짜로 넘겨받겠다는 것은 상도의상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보통신부도 민간사업자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간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협상 타결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서울이통과 나래이통은 현재 시티폰사업에서만 약 5백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고 지방 사업자들도 수십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시티폰 사업자들은 한국통신에 지불할 기지국 사용료(업체당 8천만∼7억원)도 지난 10월부터 지불하지 않고 있어 한국통신도 약 40억원의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역시티폰 사업자들은 이미 사실상 시티폰 영업을 중단한데 이어 기존 가입자마저 줄이려 애쓰고 있다. 사업권 반납에 가장 큰 걸림돌인 가입자 대책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이통과 나래이통은 이달부터 대리점에 대한 판매장려금 지급을 중단한데 이어 그동안 가입자 확보에 일등공신이었던 단말기 임대제도도 조만간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6∼10% 가량 발생하고 있는 자연 해지자들도 방치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유보하던 요금미납자들에 대한 직권해지도 이달 들어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서울이통은 하루 평균 1천5백명씩을 직권 해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업자들의 시티폰 가입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서울이통은 지난달말 15만7백80명이던 가입자가 지난 23일 현재 12만3천2백52명으로 18.3% 줄었고 나래이통도 12만4백86명에서 11만8천6백52명으로 1.5% 줄었다. 사업을 계속 하겠다고 선언한 한국통신마저 17만8천6백81명에서 17만5천7백명으로 1.7%가 감소했다. 결국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시티폰에 가입했던 가입자들만 「천덕꾸러기」 신세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통신부가 양측의 협상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정통부의 대응이 주목된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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