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일부 건축가만 주목 받는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는 건축가가 아닌 건축 자체를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거쳐왔던, 그리고 우리 민족이 걸어왔던 근현대사가 놓여질 것입니다."

내년 6월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의 커미셔너를 맡은 조민석(48ㆍ사진)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9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특정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시가 아니라 건축의 역사에 관한 서사를 구성해 거기에 맞는 작가의 작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1895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며 세계 미술의 흐름을 살피는 베니스비엔날레와 달리 국제건축전은 세계 건축의 흐름을 조망하는 행사로 지난 1980년부터 시작돼 내년에 14회째를 맞이한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총감독은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건축비평가인 렘 콜하스가 맡았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 전체의 주제를 '기본 혹은 근본(Fundamental)'으로 설정하고, 각 국가관은 '현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라는 개념으로 전시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 대표는 1990년대 중반 네덜란드에 있는 콜하스의 설계사무소인 OMA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었으며 콜하스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몇 명 안 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조 대표는 "1914년은 공교롭게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해로 우리나라는 식민지 시대, 분단 이전 냉전 시대, 그리고 이데올로기가 해체되고 분단으로 남게 된 시대 등 크게 3가지 시대로 나눠 볼 수 있다"며 "한쪽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구성하는 남과 북 양측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전시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맞는 건축가를 선정해 그를 중심으로 전시관이 꾸려지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전체 서사를 구성하고 그 속에 필요한 특정 작가의 작품이나 건축물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전시관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9월에 열리던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내년에는 6월부터 시작되며 전시 기간도 예년보다 2개월 정도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 초까지는 구체적인 전시 구성이 마무리돼야 하는 만큼 조 대표는 교수 및 비평가 등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자문단을 꾸려 전시 운영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콜라튼 맥도날드 스튜디오와 네덜란드 OMA에서 근무한 후, 2003년 건축사무소인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딸기가 좋아', 서울 청담동 '앤 드뮐레미스터 숍', 서울 서초동의 '부띠크 모나코'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으로 국제박람회 기구(B.I.E)에서 수여하는 건축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