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정기권 '찬밥신세'

환승할인 혜택 없고 충전 번거로워 외면
작년 사용 5.3% 그쳐

서울 지하철 정기권이 지난 2004년 7월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당시 요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출퇴근자들에게 대폭 할인해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출퇴근자의 경우 한 달에 잘만 활용하면 1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지만 버스로의 환승이 안되고 충전해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는 10일 “지난 2005년 지하철 1~4호선 수송실적을 분석한 결과 교통카드 이용자는 전체의 74%에 달한 반면 정기권 이용자는 5.3%에 그쳤다”고 밝혔다. 정기권은 교통체계 개편 이후 새로 도입된 월단위 고정 지불방식. 전철구간을 1권역(이동거리 24㎞ 이내)에서 14권역(이동거리 150㎞ 이상)까지 총 14종으로 나눠 요금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교통카드 이용시 자신의 지하철 요금이 800원~1,000원대에 속할 경우 매달 1권역 요금인 3만5,200원을 충전하고 충전일로부터 30일간 24㎞ 이내 구간을 총 60회 이용할 수 있다. 최대 25일(50회)에 달하는 왕복 출퇴근용으로 쓰고도 5회가 추가로 남는 것이다. 실제 서울 광진구의 ‘짠돌이’ 직장인 이모(30)씨의 경우 매일 2호선 강변역에서 시청역으로 출퇴근하는 동안 월 3만5,200원짜리 지하철 ‘정기권’으로 교통비를 간단히 해결하고 있다. 만약 이씨가 다른 직장인들처럼 일반 교통카드를 이용한다면 최대 4만5,000원(900원*50회)을 지출해야 한다. 정기권을 통해 매달 1만원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기권 이용률이 미미한 데 대해 서울메트로측은 한 마디로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매달 3만5,200원씩을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시민들이 정기권 이용을 꺼린다는 것. 또 정기권으로 버스는 탈 수 없어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환승 할인 혜택이 있는 교통카드가 더 경제적이다. 흥미로운 건 정기권 사용이 늘어날수록 서울메트로의 적자는 더욱 커진다는 점. 이곳의 한 관계자는 “시민 100명 중 5명이 이용하고 있는 현재만 보더라도 하루당 정기권 이용에 따른 적자가 5,000만원대”라며 “이 때문에 시민들에게 정기권의 장점을 마음껏 홍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교통카드 이용시 지하철 요금이 900원 이상 찍히는 시민들일수록 정기권 이용에 따른 요금 할인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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