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인도 등 아시아권역에서도 '미국발 신용 위기'로 시중 돈이 마르자 금융당국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들어갔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홍콩에선 지난주 동아은행(BEAㆍ현지 은행순위 5위)이 '뱅크런(예금 인출사태)'에 노출되자 여타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빌려주지 않기 시작했다. 현금이 돌지 않으면서 콜금리가 급등, 은행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해지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긴급 유동성 공급 조치를 내놓았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은행들이 보유한 모기지론(미국 채권을 포함한 달러자산 포함)을 담보로 은행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현지 언론이 전했다. 조지프 얌(任志剛) 금융관리국 총재는 "현재 홍콩 은행들은 100억 홍콩달러의 유동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금을 확보한 은행과 이를 필요로 하는 은행 사이에서 돈이 돌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2위 은행인 ICICI은행에서도 30일(현지시간) 뱅크런이 발생했다. 리먼브러더스와 AIG에 투자한 ICICI은행이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입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진 것. 은행측은 이에 대해 "현재 보유한 자금만 100억달러에 달하며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은 13.4%로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9%보다 높고, 인도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소문을 진화하려 했지만 은행지점과 현금지급기(ATM)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 인도 중앙은행은 "ICICI은행은 예금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만큼 풍부한 유동성을 갖췄고 해외 자회사들도 현금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다"면서 "ICICI은행이 예금자들의 인출에 대비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적절하게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유동성 경색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뭄바이 소재 에남증권에서 투자은행(IB) 부문을 맡고 있는 수브라마리안 박사는 "인도의 유력 기업들은 8%로 자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4~15%로 올랐다면서 "높아진 금융비용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