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 참여 여부에 대해 일부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제2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 특파원들과 만나 "AIIB 출범 전까지 중국과 계속 협의하며 가입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AIIB 참여에 우리 정부가 동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면 가입할 수 있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그렇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가 AIIB에 못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AIIB의 이사회 의석 배분 등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중국 측에 요청해오고 있다. 또 투자 프로젝트의 노동·환경 보호기준(세이프가드)도 국제기구에 걸맞게 국제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최 경제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지난 7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가입 요청에 대해 "논의 결과에 따라 우리 측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던 기존 입장과는 미묘한 진전이다. 미국은 직간접인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애초 창설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국가만 창립회원국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MOU에 들어가 있었는데 이 내용이 빠졌다"면서 "AIIB 설립 협정은 내년 말쯤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가입 여부에 대한 검토 프로세스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24일 예정된 MOU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다음달 10∼11일 APEC 정상회의 전에 AIIB 가입 의사를 밝힌 나라들을 모아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한중 지도자포럼 참석차 방한한 탕자쉬안 중국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AIIB의 대세는 막을 수 없다. 한국은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참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현수특파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