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5년 이래 첫 자유선거인 인도네시아 총선투표가 7일 오전 일제히 실시됐다.이번 선거는 지난해 수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철권통치의 장본인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흘린 피의 대가로 얻어낸 만큼 그 역사적 의미가 매우 깊다.
인도네시아 총선은 인도네시아 국민의 민주화 열망 만큼이나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꺼리다. 이번 총선은 의회(DPR) 의원 선출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인도네시아 국내외에서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원 462명을 뽑은 후 38명을 추가해 500명을 채우게 될 새 의회는 27개 주 대표 135명과 직능대표 65명을 합한 200명의 정부 지명자들과 함께 700석의 국민협의회의(MPR)를 구성, 오는 11월 새 대통령을 뽑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는 한국을 포함 유럽연합(EU), 호주, 동남아, 미국 등지로부터 초청된 440명의 국제감시단과 65만명의 내국인 감시 요원이 배치돼 부정 논란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제감시단에 참여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올해에 있을 세계의 선거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총선 전망= 야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인도네시아민주투쟁당(PDIP)과 집권 골카르당 및 아미엔 라이스의 국민수권당(PAN) 간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의 딸인 메가외타가 이끄는 PDIP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의 지지율로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수하르토 퇴진 시위를 주도했던 아미엔이 대표로 있는 PAN도 PDIP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두 야당과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를 배경으로 하는 국민각성당 등 3당연합에 대한 지지율이 50%선에 육박, 10%의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골카르당을 압도하고 있다.
◇향후 과제=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지만 이것이 곧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골카르당이 총선 후에 군부, 이슬람 정당들을 대거 규합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야당이 총선에서 안정적인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달성해야만 비로소 정권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메가외티를 주축으로 한 야당연합이 대선 승리로 이어지려면 최소한 6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투표율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각성당의 당수인 구스 두르는 메가와티를 야당 연합 대통령후보로 밀고 있으나 다른 주요 인사들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수권당에서 메가와티가 여성이라는 점을 들어 불만을 표시하는 등 연합 자체내에 균열 요소가 잔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뿌리 박혀있는 금전적 매수 가능성도 불안요소다. 골카르당이 총선후에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의석수 확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총선에서 골카르당의 대한 투표율이 25% 이상 넘어갈 경우 범국민적인 저항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 역시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인도네시아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으로 치닫을 게 확실시 된다.
결국 인도네시아 국내외의 정치전문가들은 『메가와티가 최선의 대안』이라며 『그녀만이 수하르토 시대와의 완전한 단절과 정치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