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이브-티보 드 실기 통화분과 위원장은 4일 세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가 1.18 달러를 넘어서고 이 덕에 유럽 주가도 5% 이상 상승하자 유로화 성공을 확인하며 이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나 할까. 4일 첫 거래를 시작한 유로화는 너무 강하게 출발했고 엔화의 초강세를 유도하는 등 오히려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미, 일과 함께 곧바로 유로화 강세에 대해 감시태세에 들어갔으며 이들 3자간 새로운 정책공조체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4일 첫 거래에서 달러화에 대해 1.8%, 엔화에 대해 1.6%씩 가치가 상승했다. 금융기관들이 대형 거래를 자제,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이번 주말까지 유로화의 강세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로 강세의 악영향은 우선 유럽 금융시장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에 부심하는 유로 존 회원국들의 경제운용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크리스티안 노이어 ECB 부총재는 『유로 금융시장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대부자에게도 중요한 것』이라며 지나친 유로강세를 경계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유로의 지나친 강세는 반갑지 않다. 만일 유로가 꾸준히 강세를 유지한다면 미국 자본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투자자들은 유로시장으로 재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이 경우 풍부한 해외자금덕에 낮은 대출 코스트 혜택을 누렸던 미국의 금융시장은 유동성 부족으로 금리가 급등하게 된다. 이는 곧장 미국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경제난 탈출에 부심하는 아시아권에도 연쇄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국제 금융계는 벌써부터 유로화의 지나친 강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일본 대장성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재무관은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의 과도한 강세에 대처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일, 미, 유럽 당국 등이 현재의 공조개입 체제보다 더욱 강력한 새로운 정책협조의 프레임워크(기본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도 4일 『유로화가 오버 슈팅(단기적 고평가)되지 않도록 미국과 유로 존 통화당국이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선진국 공조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CB 역시 통화정책에 이같은 유러화 강세를 반영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유로화 급변에 대비, 미, 일 등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합의까지 해두고 있다.
갓 태어난 유로화가 자신의 운명을 안정적으로 개척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