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최근 런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가 내년 대선 전까지 200만명의 일자리, 즉 매달 20여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예측은 대부분 독립 분석가들의 수치보다 높다. 일자리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스노의 말처럼 빠르게 일자리가 늘고 있지 않다. 최근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주당 40만건에 이르고 있는 데 이는 일자리 성장률이 제로라는 얘기다. 스노의 예측대로라면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0만건 정도에 그쳐야 한다.
물론 고용시장이 호전돼 스노의 예측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노의 전망치는 올 초 내년 11월까지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는 백악관의 전망보다 훨씬 낮아진 것이다.
스노의 예측이 현실화 되더라도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결코 성공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사실 민간 분석가들은 스노가 너무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나는 스노가 목표치를 낮춰 잡고 있는 게 더 문제라고 본다. 목표가 이뤄지더라도 사실상 실패작인 정책을 마치 성공인양 포장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고용 시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당시 보다 260만 명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스노는 자신의 상관이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이래 처음으로 재임 기간동안 일자리가 줄어든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스노가 성공이라고 부를 만한 일인가 ?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것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75%가 실업수당 지급 기간이 끝나도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고용 시장의 음울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수보다 새로운 일자리수가 더 빨리 늘어나야 한다. 실제 미국의 경제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미 노동시장이 후퇴하지 않으려면 매달 13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스노는 신규 일자리가 점점 호전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 1월 이래 지난 9월 일자리가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5만7000개에 그쳤다. 부시 취임 이래 인구증가를 고려할 경우, 내년 11월까지 200만개가 아니라 700만개는 늘어야 한다.
부시의 고용정책은 취임 이후 현상 유지만 했었어도 정말 성공이라 부를 수 있었을 것이다.
늘상 그렇듯이 부시 정부는 갖가지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때문일 수도 있고 오사마 빈 라덴 때문일 수도 있다. 클린턴은 재임 기간 매달 22만5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매 임기마다 11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핑계를 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 부시는 취임하면서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의 유산을 대처할 수 있는 4년을 확보했고 9ㆍ11테러 이후에도 3년이 넘는 통치 기간을 남겨두었다.
게다가 의회는 경제정책에 관한 한 부시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결과는 엄청난 연방적자로 다가왔다. 올 회계연도에 5000억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데 이중 3000억달러가 부시의 감세정책 때문이다. 3000억달러가 직접 고용 확대에 쓰여졌다면 60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을 것이다.
스노는 사실상 부시 정부가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나라 빚을 그처럼 불려 놓고도 고용시장이 앞으로 1년 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실토했다. 부시 측근들은 종종 목표치를 낮춰 잡음으로써 조그만 업적을 큰 승리로 둔갑시켜왔다. 취임이후 몇 년 동안 형편없는 고용정책을 구사하다가 이제 빌 클린턴이 재임 8년동안 이룩한 일자리 창출보다도 더딘 비율로, 그것도 딱 1년간 일자리를 증가시킬 경우 커다란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대중들을 다시 한 번 현혹시키고 있다.
<폴 크루그먼(프린스턴大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