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넘자"… 대기업 계열사간 수혈 바람

외부 자금조달 어려워지자 유상증자 참여 등 지원 잇따라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 자금 준 회사 악영향 우려


자체적으로 현금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이 그룹 내 계열회사로부터 수혈을 받고 있다. 가족(그룹) 가운데 그나마 있는 집(계열회사) 곳간을 풀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형제(계열회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계열회사간 자금 수혈은 자금조달시장이 어려워진 데 따른 임시적 방편”이라며 “수혈받는 회사는 자금난을 겪고 있음이 분명하며 수혈하는 회사는 재무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네트웍스는 최대주주가 동양 외 8인에서 티와이머니대부 외 9인으로 변경됐다고 전일 공시했다. 이는 티와이머니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114억2,4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완료된 데 따른 것. 티와이머니대부는 동양네트웍스 재무구조 개선에 114억2,400만원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는 대신 유상증자로 960만주를 신규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양네트웍스 측 관계자는 “지난 해 7월 미러스 합병 뒤 100% 아래였던 부채비율이 340%까지 증가했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자본 확충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하고자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진중공업홀딩스도 마찬가지로 계열회사인 한진중공업이 실시하는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443억5,400만원을 쏟는다. 전체 유상증자 금액(1,516억2,000만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STX건설은 그룹 내 계열회사인 포스텍으로부터 72억원 가량의 자금을 대여했다고 밝혔고, 두산건설은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을 대상으로 5,716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이처럼 계열회사간 자금 수혈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국내 자금조달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시 침체와 회사채시장 양극화 등 여파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각 그룹들이 외부가 아닌 내부 계열회사 쪽으로 조달 창구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계열사로부터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거나 해당 그룹이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으로 현금 확보가 쉽지 않은 곳일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계열사간 자금 수혈이 임시 방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자금조달시장 침체로 현금 확보 통로를 우회한 것일 뿐 해결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외부가 아닌 그룹 내 자금을 돌리고 있고 또 이 자체가 회사채시장 등에서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뜻하는 만큼 주가 측면에서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등 기업 현금확보가 어려운 때도 그룹 내 계열사간 자금을 주고 받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며 “수혈 받는 곳은 일시적으로 재무상황이 좋아질 수 있지만 현금이 밖으로 나가는 계열회사에 경우에는 주주가치 하락에 대한 반발심리 등으로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하는 부분은 계열사간 자금 수혈이 끝난 뒤”라며 “자금 확보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어려웠던 회사가 실적 향상 등으로 다시 살아난다면 주가 급등이란 열매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금 수혈에도 쓰러진다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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