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만명을 넘어선 '정몽구 회장 선처' 탄원

구속수감 중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람이 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검찰과 법원이 생긴 이래 기록이 아닐까 싶다. 현대ㆍ기아차 그룹 임직원과 해외 딜러 및 현지공장 근로자, 부품업체, 울산 시민과 지역 정ㆍ관계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직ㆍ간접적 이해관계로 연결된 사람들이라서 언뜻 생각하면 그 숫자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자동차산업과 현대차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잘 말해준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말 정 회장 변호인단이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정 회장 부재로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신청사유다. 현대차 경영 전반에 걸쳐 정 회장의 권한이 거의 절대적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구속에 따른 경영차질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양상은 짐작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판매위축이다. 미국과 유럽시장의 판매증가율이 둔화되고 중국ㆍ러시아 등에서도 판매 1위 자리에서 밀려나는 등 수출전선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판매도 줄고 있다. 현대차 미국공장, 기아차 체코공장 착공이 미뤄졌고 동남아 조립생산공장 계획도 백지화되는 등 ‘글로벌 톱5’ 목표달성의 핵심요소인 현지화 전략도 표류하고 있다. 신차 출시가 지연되고 마케팅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환율하락, 고유가 등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비상한 각오로 뛰어도 될까말까 한 판인데 경영의 구심점 상실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인단이 내건 보석신청 사유는 결코 엄살이거나 과장이 아니다. 현대차의 경영난은 부품업계의 타격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지역경제, 더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차의 경영위기는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50만명이 서명한 탄원서에는 정 회장 개인에 대한 선처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를 생각해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석허가 여부를 결정할 법원이 충분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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