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주식펀드들이 투자 패턴도 급변하고 있다.미국보다는 영국·일본 등 해외 투자비중을 높이는 가하면 미국내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다시 블루칩을 중심으로 한 가치주로 옮아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N방송은 22일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시스템스 등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왔던 글로벌 펀드들이 최근 영국이나 일본, 덴마크 기술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터넷 기업의 경우 그동안 실리콘 밸리 위주에서 벗어나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의 신생 닷컴기업으로 관심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주식펀드들은 지난해 4·4분기 이후 미 첨단기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으나 최근들어 해외 기술기업이나 가치주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브리젯 휴게스는 『지금까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펀드의 수익률과 직결됐지만 이제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글로벌 펀드는 지난해 4.4분기 이후 핀란드 노키아, 프랑스 텔레콤 등 유럽 통신관련 업체와 세계적인 기술기업의 주가 상승 덕분에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 왔다.
올들어 글로벌 펀드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아메리칸 헤리티지 펀드의 하이코 티메는 주로 유럽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메는 『전세계가 우리의 투자대상이지만 미국에 비해 유럽이 상대적으로 경쟁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시장의 불안은 또 글로벌 펀드들이 기존의 가치주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만드는 계기도 됐다. 나스닥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 3월10일 이후 글로벌 주식펀드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오크마크 글로벌 펀드는 4월18일 현재 1개월여만에 7.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8.71%나 하락한 것과 좋은 대조를 나타냈다. 오크마크 글로벌 펀드의 마이클 웰쉬는 『투자자들이 첨단 기술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 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가치주에 대한 투자가 다시 늘어나는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
입력시간 2000/04/23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