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최근 들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동안에는 금리가 더 떨어지길 기다리며 회사채 발행을 꺼려왔지만 이젠 상승추세로 반전한 만큼 더 기다렸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회사채를 발행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SK글로벌과 카드채 사태 이후 찬바람이 불던 회사채 발행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기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시설투자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증가는 단순히 연말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 더 오르기 전에 자금확보하자”= 전문가들마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이유로 금리 상승 추세를 꼽는다. 이 달 2일까지만 해도 4.9%대에 머물던 신용등급 AA-인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최근 들어서는 5.3% 이상까지 뛰어오르는 등 불과 한 달도 채 안돼 0.4% 포인트 상승하자 기업들이 이자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금운용수단이 마땅치 않은 은행ㆍ투신 등 기관 투자자들이 회사채 등 채권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회사채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회사채 발행기업이 신용등급 BBB급까지 확대된 것도 기관들이 회사채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 가능성에다 기관들의 채권확보 경쟁이 작용해 회사채 발행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 증가할 듯=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사채 발행시장의 회복세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연말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올들어 기업들이 대부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보다는 자체자금으로 지탱해 오면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상케 한다.
김윤수 대우증권 기업금융팀 차장은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이 BBB급까지 확대되는 등 최근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나섰다”며 “이런 추세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추세 전환 판단은 아직 시기상조= 하지만 경기 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시장이 추세적으로 반전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현금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아직 자금 확보를 서두를 정도로 악화되지 않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지 않고 아예 상환하는 비율이 50%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성철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과장은 “대기업의 리볼빙(차환발행)규모가 발행액의 30~40%에 불과해 회사채 발행시장의 추세적 반전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양현 동원증권 기업금융1부장도 “경기 회복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회사채 발행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아직은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