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사장, '노 없는 도전' 등 혁신 10계명 실천나서

[공기업 선진화] <1>한국전력공사


김쌍수(사진) 한국전력공사(KEPCO) 사장은 '가젤과 사자론'을 즐겨 쓴다. 가젤과 사자론은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것으로 '사자보다 늦게 달리면 죽을 운명에 처할 것을 아는 아프리카 초원의 가젤이건,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으리라는 것을 아는 사자이건 상관없이 아침에 눈뜨면 당신은 질주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가젤과 사자론은 김 사장의 혁신 마인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LG전자에서 부회장을 지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던 김 사장은 '혁신전도사'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혁신 전문가다. 강도 높은 혁신을 놓고 일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때면 "3년 동안의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 한전이 잘되도록 토대를 구축해놓겠다. 고마우면 몇 년 뒤 술을 사라. 잘못되면 내가 사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수십년간의 노하우를 직접 정리해놓은 혁신사상 10계명은 그의 혁신철학의 압축판이다.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 '한 방에 끝내자' '조직을 파괴하라' '실천하는 것이 힘이다' '노(No) 없는 도전' '나 아닌 우리' '자원유한 지(智)무한' 등은 혁신이 조직 구석구석에 철저히 전파돼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김 사장은 지난해 9월19일부터 직급별ㆍ계층별로 마라톤 혁신 워크숍을 통해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워크숍은 이미 10회를 훌쩍 넘어섰다. 워크숍에 그치지 않고 강남구 삼성동 한전 20층에는 TDR(Tear Down & Redesign)룸을 만들었다. 한전 직원들에게는 아주 낯설었지만 TDR룸은 지난해 8월 취임한 김 사장이 자산 규모 65조원의 거대 공기업 한전을 쇄신하겠다며 만든 '경영혁신의 산실'이 되고 있다. 2만370여명의 직원 중 선발한 정예요원 350명이 근무하고 있다. 벽면에는 '눈물 없인 혁신 없다!' '계량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낭비 제거! 부가가치 창출!' 등의 구호가 가득하다. TDR팀은 지난해 문서 간소화, 콤팩트형 변전소 모델 개발, 변압기 교체기준 개선 등 시범과제 3건만으로 1,117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136개 과제를 선정해 실행하고 있다. 김 사장의 혁신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전의 혁신이 성공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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