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산책] 이우환 '선으로부터'

캔버스에 아교와 광물성 안료, 182 × 227㎝, 1977년작

1972년부터 2년간 이우환(77)은 두 편의 회화 연작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동양화의 전통 재료인 광물성 안료와 동물 아교를 섞은 후 가루처럼 결정체가 있는 이 유제를 캔버스 위에 수행적이며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스타일로 그렸다. 이 회화작업에서 색채의 범위는 흰색 바탕 위에 단 하나의 색, 각각 하늘과 땅을 연상시키는 짙은 청색이나 갈색으로 제한된다. 이후 그는 붓에 묻힌 안료가 남지 않을 때까지 흰색 캔버스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정하게 붓질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이 작품 '선으로부터'연작에서는 단 한번의 필치로 붓을 수직으로 움직여 유한한 질료의 흔적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의 무한성에 대한 관념은 형식적으로도 캔버스에 액자를 제작하지 않은 데서도 드러나며 이는 회화가 캔버스를 너머 공간과 실존으로 향하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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