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암운이 보다 짙게 드리운 곳은 카드ㆍ캐피털ㆍ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불황의 그림자는 2금융권을 거쳐 1금융권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내내 구조조정 태풍의 한복판에 위치하며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졌다. 최근 들어 구조조정의 칼날은 금융당국이 가한 규제의 덫에서 허우적대는 카드ㆍ캐피털로 향해 있다.
2금융권이 처한 현실은 20개 카드사가 제출한 2,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에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카드사 자구계획을 읽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고용'이다. 카드사 자구노력의 초점은 인원감축과 신입채용 축소 등 인건비 절감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전업카드사 2위인 KB국민카드는 올해 신규인력 자체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보다 50% 줄어든 40명만을 뽑기로 결정했다. 더욱 큰 문제는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이다. 카드사들은 노조의 반발이 우려돼 대놓고 말을 못할 뿐 희망퇴직이나 비정규직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항간에는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카드사가 연말께 추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
캐피털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예컨대 캐피털이 독식하는 자동차할부금융의 경우 시장의 '레드오션화'가 빠르게 전개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리고 이는 구조조정의 전조로 다가온다. 캐피털계의 절대강자 현대캐피탈은 이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 중형 캐피털 관계자는 "자동차할부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캡티브 마켓, 즉 전속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자동차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시장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부터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일단락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저축은행업계에도 다시 한 번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덮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토마토2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특히 이 저축은행은 김석동 위원장이 '안전한 저축은행'이라며 본인의 돈 2,000만원을 예금한 곳이기도 하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토마토2저축은행 퇴출은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전환된 후 나타난 첫 번째 구조조정 사례"라며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처럼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크지는 않겠지만 퇴출조치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의 크기는 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