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9시 정각 한명숙 총리가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19층 회의장에 들어섰다. 한 총리가 입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국무위원들이 기립했고 곧바로 국기에 대한 경례로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장에는 애국가가 울리고 있었지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4~5명의 참석자들이 문 밖에서 잠시 대기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가 끝나길 기다렸다. 음악이 멈추자 권 부총리를 포함해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 이춘희 건교부 차관 등이 국무회의장에 서둘러 입장했다. 보통 국무위원들은 회의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 회의 자료를 훑어보고 입장하는 게 관행이다. 특히 이날 국무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 총리가 주재한 자리다.
뒤늦게 참석한 국무위원뿐 아니라 자리를 비우거나 차관을 대리 참석시킨 경우도 많아 국무회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무회의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총리의 모두 발언이 거의 끝나가는 오전9시5분께 슬그머니 자리에 앉은 뒤 멋쩍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또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등 일부 장관급 배석자들은 불참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워크숍을 이유로 신언상 차관을 대리 참석시켰다. 이 외에도 유시민 장관은 변재진 차관,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이규용 차관을 대리로 참석시켰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한 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간신히 수습됐다. 한 총리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가담자와 주동자들을 끝까지 추적, 검거하고 끝까지 사후 책임을 묻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매주 화요일 경제 관련 안건들을 가지고 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한다”며 “회의 안건이 넘칠 때가 있는데 오늘도 그런 이유로 국무회의에 조금 늦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