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을 강타한 대지진 여파로 긴축 일변도의 중국 거시경제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해지역의 도로ㆍ주택에 대한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후유증으로 석 달째 8%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중국경영보는 쓰촨 대지진의 영향으로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 ▦경기 과열을 막고 ▦물가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른바 ‘양방(兩防ㆍ두가지를 막는다)’의 방침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인민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1ㆍ4분기 통화정책 집행보고서’에서 물가상승 억제와 통화팽창 억제가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경제가 과열상황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사를 올들어 처음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거시긴축의 변화를 예고했다.
판젠핑(范劍平)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주임은 “이는 현재 인민은행이 경제상황의 후퇴를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앞으로 기존의 통화긴축 정책은 유지되겠지만 더 이상의 긴축은 나오지 않을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쓰촨 대지진으로 인해 중국의 긴축적 거시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씨티은행 중국본부의 션밍가오(沈明高) 수석경제학자는 “이번 지진은 올해 초 폭설과 달리 도로와 주택의 재건 및 민생 문제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재해 상황이 심각할수록 신용대출 완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중국본부의 왕즈하오(
王志浩) 수석경제학자는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5%에 이르렀지만 통화정책은 실제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급준비율 상향은 통화긴축에 결코 영향을 줄 수 없는 만큼 3ㆍ4분기 신용대출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통화정책의 변화는 12년래 최악에 이른 중국의 물가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먼브라더스 아시아본부의 쑨밍춘(孫明春) 경제학자는 “이번 지진은 중국의 통화팽창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특히 식품가격의 경우 쓰촨이 중국 전체 경지면적의 8.2%, 쌀 생산량의 9.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쓰촨 대지진 8일째를 맞은 18일까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8,881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19만8,347명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 국무원에 의해 공식 집계됐으며, 앞서 중국 정부는 이미 이번 지진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해 현장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 구호단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구호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몰자들의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여진이 계속되면서 댐 붕괴 및 핵 시설 파손에 대한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7일 쓰촨성 광안(廣安) 서쪽 80㎞ 떨어진 곳에서 리히터 규모 6.1의 여진이 발생했으며, 베이촨(北川)현 차핑(茶坪) 마을에서는 저수지 댐이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수 천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국 국가지진국은 앞서 이날
오전 11시까지 리히터 규모 4 이상의 여진이 지난12일 이후 모두 145차례 발생했으며 이중 규모 5 이상이 23차례였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