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 피해ㆍ재산도피 엄벌 불가피"…사상최대 추징금 뇌물공여는 무죄…반성 없으나 고령ㆍ지병감안 구속정지 취소 안해 김씨측 "생각 이상의 형량에 아쉬움, 항소하겠다"
입력 2006.05.30 16:04:09수정
2006.05.30 16:04:0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는 30일 20조원대 분식회계 및 9조8천억원 사기대출,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4천484억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의 정치인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기업윤리를 망각하고 편법 행위를 저질러 끝내 대우그룹 도산 사태를초래했고 이는 대출 금융기관에 손해를 끼치고 부실화를 초래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져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근대 경제발전사의 주역으로 국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대우를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수 있도록 일궈냈다. 남다른 근면함과 열정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은 상응하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며 유리한 정상을 양형산정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리려는 자세를 보이고 분식회계 등이 당시 관행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범행을 정당화했으며 `경영 판단'이었다는 점 등 재판 내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지적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지시 여부 ▲허위수입대금 등 해외금융조직 BFC에 송금한 금액이 재산국외도피인지 여부 ▲회전신용장 보증사기 지시 ▲BFC 자금억달러 횡령 ▲각 행위가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1998년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 등이 쟁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1997년 이후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며 BFC 송금은 자금 순환 또는 차입금 상환 목적이었다고해도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회전신용장 보증사기를 지시ㆍ묵인한 사실과 BFC 입금액 가운데 회사 및 개인 자금이 혼재된 상태에서 돈을 출금해 횡령한 사실도 인정된다면서 각 위법행위는 경영 판단이라는 이유로 배임죄 등에서 면책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만 69세의 고령인데다 심장병과 장폐색증 등 각종 질병을 앓고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존에 취해진 구속집행정지는 취소하지 않았다.
김씨는 7월28일까지 구속집행정지가 허가돼 있다.
김씨측은 "생각 이상의 형량이 선고돼 당혹스럽다. 성장시대의 전환기에 활동했던 김 전 회장의 기여분이 고려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측이 항소할 경우 구속집행정지 연장 여부는 항소심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김씨는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도착, 링거를 꽂고 법정에 섰다.
검찰 구형시 추징금 23조358억원이 21조여원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검찰이 범행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추징금을 정했지만 재판부는 선고일 기준으로 추징금을 산정해 액수에 변동이 생겼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추징금 21조원은 법원이 부과한 추징금과 벌금을 통틀어 재산형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두환(2천205억원)ㆍ노태우(2천629억원)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에 비해서도 100배 안팎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다.
김 전 회장은 1997∼1998년 옛 대우그룹 계열사에 20조원 안팎의 분식회계를 지시해 9조8천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19조원을 해외에송금하고 그룹 해외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를 통해 회삿돈 32억달러를 국외로 송금해 도피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