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환경영향평가 있으나마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오히려 국가나 공공기관이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에 하게 돼 있는 영향평가를 공사를 시작한 이후에 뒤늦게 실시하는가 하면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법적 요건만 갖추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려다 환경단체의 저지로 중단되기도 했다. 환경부의 중지 요청을 묵살하고 배짱 좋게 공사를 강행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7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서해대교의 관광명소화를 겨냥, 지난해 12월부터 시공하고 있는 행담도 개발사업의 경우 4계절에 걸쳐 실시하게 돼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겨울과 봄 두 계절만 조사한 후 사업을 시행하려다 환경단체의 저지를 받았다.
행담도 개발사업은 10만5,000평의 갯벌매립을 포함해 모두 17만4,000평에 휴게소와 주차장, 해양수족관, 호텔 등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 현재 6만9,000평의 섬에 주차장 조성 등 1단계 사업은 거의 끝났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갯벌매립. 사업주인 행담도개발㈜는 당초 여름과 가을의 환경조사가 안된 상태에서 법적요건을 갖추기 위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강행하려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청회가 연기됐다.
환경영향평가 최종 협의기관인 금강환경관리청도 `공유수면 매립공사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행담도 갯벌 매립땐 해양환경에 심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업시행 여부를 재고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돼야 하며 부득이 시행할 경우도 매립대상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전도 송전선로를 건설하면서 환경영향평가제를 도외시 하고 있다.
태백~가평간 765㎸송전선로 건설사업의 경우 지난해 5월 `급경사면에 송전탑과 진입로를 설치할 경우 장마철에 토사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원주지방환경청이 공사 일시중지를 요청했지만 사업 승인기관인 산업자원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중지 요청에도 공사를 계속할 경우 고발하게 돼 있지만 실제 공공기관이 고발된 사례는 없다.
여기에는 허술한 법체계도 한몫 하고 있다. 송전선 설치의 법적 기준이 되는 전원개발 특례법에 따르면 송전선로 진입도로와 부대시설 부지는 환경영향평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않는다. 환경파괴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는 셈이다. 환경부도 최근 이 점을 인식,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을 손질하고 있다.
국가도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무시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9월18일 착공된 경의선 철도ㆍ도로 복구공사는 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중이다.
환경부가 뒤늦게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해 실태파악에 나섰지만 이 역시 내년 9월까지로 못밖은 공사기간을 이유로 1차적인 환경영향평가는 연내에 끝낸다는 방침이어서 겉핥기식의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김병빈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환경평가 대행사를 시행자가 선정하게 돼 있는 등 평가법 자체가 허술한데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불과해 생태계보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면죄부만 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입력시간 2000/11/0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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