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서적 5000권 성균관대 기증 고노시 교수

일본 역사서 '고사기' '일본서기'는 상상 속 이야기
8세기 일왕제 뒷받침 위해 만들어진 요구된 신화일 뿐
근본적으로 세계관 차이 있어
두 책엔 같은 사건도 서술 달라

/=연합뉴스

"'고사기(古事記)' '일본서기(日本書紀)'의 신화는 말 그대로 '텍스트가 만들어낸 신화'입니다. 현실에 있었던 것이 아니지요."

고노시 다카미쓰(69·사진) 도쿄대 명예교수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서 열린 특강에서 "텍스트가 역사를 만들어낸다"며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8세기에 '요구된 신화'로 현실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노시 교수는 일본 역사서 '고사기'와 '일본서기' 관련 연구에 천착한 일본 고대문학 권위자다. 특히 일왕제를 종교적으로 뒷받침한 신화가 기록된 이 책들이 역사가 아닌 상상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해 현지에서 주목받았다. '일본서기'는 일부 일본학자들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지만 현지 학계에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방법으로서의 텍스트 이해-일본서기와 고사기 사이의 40년'을 주제로 이뤄진 이날 특강에서도 "전해 내려오는 것이 그대로 기록으로 쓰이지는 않는다"며 8세기에 쓰인 두 책을 실재했던 역사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들이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노시 교수는 실례로 왕인(王仁)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져간 일을 두고 두 책이 극단적으로 다른 서술을 한 점을 들었다.

'고사기'는 문자의 전래를 상징하는 논어와 천자문을 '베 짜는 사람' '대장장이 기술자' 등 같은 시기에 전해진 다른 기술자나 물건과 비슷하게 취급했지만 '일본서기'는 이 사건을 보다 자세히 기록했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서술한 것을 볼 때 두 책은 각자의 세계관에 따른 신화를 서술했을 뿐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고노시 교수는 "두 책은 같은 일왕 대의 비슷한 이야기를 포함하지만 두 책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텍스트가 '만들어낸' 고대를 같은 고대라고 말할 수 없고 전체로 파악하고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균관대에 '고사기'와 '일본사기'에 관련된 고서적 5,000권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 기증식 참석차 방한했다. 기증 서적 가운데는 '신대구결' '염토전' '직지상해' 등 희귀한 책들이 다수 포함됐다.

고노시 교수는 "내가 가진 책들을 보관하기에는 건강과 비용에 문제가 있었는데 성균관대가 흔쾌히 받아줘 책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지 않고 한군데 모아지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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