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보유 'M&A株' 급락

대우증권·대우조선·현대건설·쌍용양회 등 지분매각 시점 예상보다 늦어져 실망 매물
전문가 "M&A 일정 수정, 주가에 부정적"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인수합병(M&A) 관련주들이 대거 급락했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늦어질 것이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로 이들 기업을 둘러싸고 있던 M&A 재료가 소멸,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8일 주식시장에서 대우증권(-12.38%), 대우조선해양(-5.21%), 현대건설(-7.54%), 쌍용양회(-3.61%) 등 산업은행 민영화가 본격화될 경우 주가상승이 예상됐던 대표적 종목들이 동반 급락했다. 산은은 대우증권 지분 39.09%, 대우조선해양 지분 31.26%, 현대건설 지분 14.70%, 쌍용양회 지분 14.8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M&A 이슈가 약발을 잃으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인수위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민간기업 지분 매각은 지주회사 출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민간 기업지분 매각은 지주회사가 출범한 이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매각작업이 일러야 내년에나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산은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매각작업도 전면 재검토될 전망이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인수위가 산업은행의 IB 부문을 대우증권과 묶어서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매각주체에서 매각대상으로 입장이 바뀌게 됐다”며 “산업은행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함에 따라 M&A 작업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은 민영화 방안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은 대우증권이다. 인수위는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과 투자은행(IB)으로 분리한 후 IB부문을 대우증권과 결합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는 우려감이 섞여 있다. 무엇보다 산업은행 IB 부문을 대우증권으로 이관할 경우 기존의 파워가 유지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손지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IB부서를 대우증권으로 이관하는 것과 관련해서 대우증권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IB부서가 IB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정책금융 기능과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 20조원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 역시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현재 인수주체로는 국민연금, 국내 주요 시중은행, 중소기업 컨소시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원 연구원은 “20조원으로 추산되는 인수비용을 감안했을 때 선뜻 인수에 나설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국내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는 외국계 IB에 넘길 경우 토종 IB 육성이라는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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