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계 설땅 더욱 좁아질듯

품질관리능력 불안감 커 시장입지 크게 약화
일부 대기업 자체 생산 확대 방침따라 '이중고'

“대기업이야 시장에 내놓은 제품 가운데 만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100% 만두로 먹고 삽니다. 이제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이번‘불량만두’ 파동에서 폐단무지를 사용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잘못된 발표로 적잖은 피해를 입은 물만두 전문업체 취영루 관계자의 말이다. 식약청의 뒤늦은 무혐의 판정으로 일단은 파동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났지만, 만두 시장은 이미 꽁꽁 얼어붙은데다 한 번 금이 간 신뢰와 경영 타격을 하루 아침에 무마시키기가 중소기업으로서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일반 소비자용으로 판매되는 국내 만두 시장은 지난해 약 2,100억원 규모, 업체수는 1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선두인 해태제과를 비롯해 CJ, 풀무원, 대상, 동원F&B 등 5개. 매출규모 3위인 삼포식품 같은 전문 중소업체를 제외하더라도 5개 대기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59%로 1년새 8%포인트나 올라갔다.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움츠러든 만두시장에서 중소 업체들이 설 땅은 지금보다도 훨씬 좁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만두 뿐만이 아니다. 식품산업의 0.5%에도 못 미치는 만두가 일으킨 파장은 중소 식품업체 전반의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사태가 중소기업이 납품한 쓰레기 단무지에서 비롯됐다는 점과 이를 사용한 제품이 상당수 중소기업 브랜드였다는 사실이 중소기업의 품질관리 능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비화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02년 현재 식품업계에서 종업원 300명이 넘는 대기업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치지만,매출 비중은 전체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대기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중소업체 제품은 유통매장에서 입점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식품안전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그나마 중소 전문업체가 힘을 발휘하던 각종 먹거리 시장도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하청 납품업체들의 관리 소홀이 원인이 된 이번 파동을 계기로 일부 대기업들은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업계의 생산ㆍ납품 시스템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어서 중소기업들은 답답하기만 하다.당장 CJ는 계열사인 모닝웰의 자체 생산 비중을 현행 10%에서 100%를 지향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며, 농심 등 다른 식품업체도 “품질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큰 OEM 업체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소 만두업체 관계자는 “식품에 대한 불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어느 정도 흐려지겠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그 ‘당분간’동안을 버텨내기가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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