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방문을 환영합니다” 여왕시종 후드자작
버킹엄궁 엘리자베스 여왕 주최 오찬, 만찬 참여 6일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
소비자금융ㆍ창조경제 협력 MOU 대거 체결 기대
佛서는 “LG화학 르노 전기차 협력은 창조경제 모범사례”
4일(현지시간) 오후8시15분 영국 런던의 히드로국제공항. 주위는 어둑어둑하고 입김이 나올 정도로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초청으로 국빈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공군1호기에 모습을 드러내자 영국과 한국 측 환영인사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짙게 배어난다. 여왕의 시종인 후드 자작은 먼 길을 온 박 대통령에게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가벼운 목례를 했고 영국 측 인사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양 옆으로 늘어선 근위병을 통과할 때는 이번 영국 방문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환영식에 이어 여왕 주최 오찬과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6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금융, 창조경제, 교역 확대 등 경협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날부터 7일까지 3박4일간 진행되는 국빈방문은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다.
영국이 매년 최대 2개국 정도에 대해서만 해당국 정상을 국빈으로 초청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빈방문은 양국 간 각별한 우호협력 관계를 반영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영국 방문 의미에 대해 “이번 서유럽 순방에서 경제협력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이 영국이며 금융과 창조경제 부문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융 당국 간 소비자 보호, 상업은행 간 업무 협력, 벤처ㆍ중소기업 지원방안, 과학기술 협력 등에 대해 많은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인 1999년 8월 영국 정부 초청으로 첫 방문길에 올랐다. 두 번째 방문은 2002년 4월 이뤄졌다. 그해 2월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박 대통령은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민주당 김근태ㆍ함승희,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 등과 함께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한반도 문제 관련 학술회의에 참석해 통일 분야 기조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이 평소 정치적 롤모델을 영국 역사에 획을 그은 엘리자베스1세 여왕을 언급해온 점도 이번 순방에서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방송에 출연해 엘리자베스1세 여왕을 자신의 정치적 역할모델로 꼽으면서 “영국을 파산 직전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면서 “자기가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늘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정을 이끌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를 떠나기 전 한ㆍ프랑스 간 전기차 협력사업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르노자동차의 전기차 체험관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디지털경제장관과 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을 만나 미래 전기차 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LG화학과 르노그룹의 전기차 협력은 두 나라 간 창조경제 분야 협력에서 모범적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협력모델이 더 확대되고 더 큰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견본품을 관람한 뒤 르노의 소형전기차를 시승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마티뇽궁에서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서 박 대통령과 에로 총리는 ▦문화 및 교육 분야 협력 ▦교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 ▦창조경제 및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등 양국의 관심사를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 강국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역량을 보유한 프랑스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실현을 함께 추구하고 있는 한국에 있어서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