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은 눈먼 돈인가

벤처기업은 주로 첨단기술이나 노하우 등을 개발, 이를 기반으로 도약하는 일종의 「모험 기업」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큰 탓에 성공하는 확률도 낮다. 따라서 국가나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감히 투자를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벤처기업이 리스크 부담은 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 알맞는 이상적인 업종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적극 육성키로 한 것이다. 고학력을 필요로 할 뿐더러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다.정부는 지난해부터 오는 2002년까지 2만개의 벤처기업 창업을 목표로 올해에는 4조원의 자금을 조성, 지원키로 했다. 그런데 허술한 자금관리를 틈타 사이비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나고 있거나 브로커들까지 등장,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농어촌개선 특별자금의 재판(再版)을 보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문제점을 파헤쳐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현재 지원자금 신청 가운데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위장 벤처사업이다.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거나 금융관계자 등을 매수, 정책자금을 빼내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람도 기계설비를 바꿨다며 벤처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다른사람의 사업장을 자기가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 자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만 저만 코미디가 아니다. 정부의 지원자금은 국민의 혈세(血稅)다. 자기돈이 아니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신경을 써서 관리해야 한다. 기슬력·사업성 등을 따지는 사전심사도 엄격해야 되겠지만 특히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지원자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현장 행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른 용도로 전용될 경우 자금을 즉각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 지난 문민정부시절 4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농특자금이 사전심사나 사후관리소홀로 뚜렷한 성과도 없이 사라진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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