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수십억 대의 법인세를 떠안은 대표이사라도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가능성이 없다면 출국금지 처분을 풀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9부(박병대 부장판사)는 이모씨(60)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을 풀어달라”고 낸 출금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파산선고를 받은 A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이씨는 출국을 기회로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가능성이 적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어 “국민이 지닌 출국의 자유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법무부가 1심 판결에서‘출금처분의 실질적인 이유가 없어 부당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출금 기간을 단순 반복해서 연장하면서 원고의 기본권을 가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사는 지난 2008년 파산선고를 받고 25억여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이씨는 회사의 체납세금을 내야 하는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돼 세금을 일부 미납한 현재까지 출국금지 상태에 놓여있다. 이씨에게는 해외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회생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은 이씨는 “해외로 빼돌릴 재산이 없으니 자녀들을 볼 수 있게 출국금지 처분을 풀어달라”며 이번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