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대회 개막전이 내년에는 외국에서 열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유럽여자골프투어(LET)와 손잡고 오는 2005년 2월4일부터 사흘 동안 싱가포르에서 양 투어 개막전을 공동 주관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골프계의 관계자들은 국내 여자 골프계가 살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박세리ㆍ김미현으로 이어져온 국내 여자 골퍼들의 강세는 그동안 남자 골프계를 압도했고 미국이나 유럽ㆍ일본 등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남자 열세’ 현상이 유독 국내에서만 펼쳐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SBS골프투어 출범이 발표되고 남자프로골프협회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영입하면서 역전현상이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대회유치는 물론 존속도 힘겨워져 상대적으로 여자 골프계가 위축될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투어와 개막전을 공동 주관한다는 소식은 골프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각각 한해 평균 13~15개 정도의 대회를 치러온 KLPGA와 LET는 서로 손잡을 경우 대회 수와 개최 지역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 새로운 스폰서를 유치할 수도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LPGA투어가 각각 30개 이상의 대회를 치르면서 입지를 굳힌 것과 달리 자생력이 약한 두 협회가 함께 살길을 찾은 듯하다. 두 협회는 개막전 외에도 공동 주관 대회를 늘려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국내 여자 선수들은 한 대회를 통해 국내 상금랭킹도 올리고 유럽무대 진출길도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두 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는 아무래도 출전 선수 수가 제한될 테고 스폰서 유치나 중계권료 등을 두고 잡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개막전을 두고도 벌써 자동출전선수가 유럽은 60명인데 왜 한국은 40명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KLPGA는 새 활로를 모색했다는 데 만족하지 말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대외 홍보뿐 아니라 소속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도 해야 하고 LET와 협의하면서 최대한 유리하게 조건을 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도 영입해야 할 것이다.
2005 시즌 개막전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