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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업계가 앞다퉈 일본 디저트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현지 판매가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매겨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엔저로 수입가가 내려갔는데도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등 배짱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일본 오사카 치즈타르트 브랜드 '파블로' 정식 매장을 본점에 열었다. 파블로의 첫 해외 점포임을 강조하듯 본점 지하 1층 중 가장 큰 250㎡(약 75평) 규모다. 하지만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1만1,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놀라기 일쑤다. 일본 현지 판매가격인 850엔(약 7,600)원에 비해 50%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들여온 일본식 크림빵 '핫텐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200엔(약 1,790원)이지만 백화점 매장에서는 2,800원이다. 롤케이크 브랜드 '핫삐돌체'도 일본 가격은 1,300엔(약 1만1,600원)이지만 국내에서는 55% 비싼 1만8,000원에 팔린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일본식 붕어빵 '크로아상 타이야끼'도 개당 2,800원이라는 가격표를 달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대표 디저트라는 설명이지만 현지에서는 200엔에 판매된다. 치즈케이크 브랜드 '르타오 더블프로마주'도 일본 현지 가격이 1,700엔(약 1만5,000원) 정도인데 국내에서는 2만3,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백화점업계는 일본에서 원재료를 직접 수입하고 항공편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판매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디저트 브랜드의 국내 가격은 전적으로 해당 브랜드가 결정하고 백화점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백화점의 일본 디저트 유치 경쟁이 가열되면서 가격 협상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전략까지 택하고 있다. 일본 롤케이크 브랜드 '몽슈슈'는 지난 1월 대표 상품인 '도지마롤 롤케이크'의 가격을 1만8,0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인상했다. 일본 현지 가격이 1,300엔(약 1만1,600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디저트 브랜드가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이유로 고급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과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백화점의 마케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국내에 비슷한 상품이 없어 희소성이 있는데다 '작은 사치' 트렌드가 확산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백화점들은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지만 수입 디저트 매장은 매년 10%대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데 유독 일본 디저트 브랜드의 가격은 고공행진"이라며 "백화점이 맛집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