枯死직전 건설업계(하) '위기는 기회다'
“새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매출액 위주의 경영전략을 버리고 조직의 슬림화ㆍ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합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李福男)연구위원은 “건설업체들이 체질변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제2, 제3의 현대ㆍ동아건설이 나타날 것이라”며 “현대ㆍ동아사태를 계기로 건설업계의 치부가 드러난만큼 남 눈치 보지 말고 강도높은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켓팅ㆍ상품기획등 핵심기능만 빼고 아웃소싱으로 경쟁력 강화와 조직 슬림화를 꾀하고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신기술ㆍ신개발에 나서야만 난국을 헤처나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2의,제3의 현대ㆍ동아 나온다=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동아ㆍ현대건설의 문제는 비단 이들 업체만의 일이 아니다”며 “건설업계의 재무상황을 고려해볼때 제2ㆍ제3의 현대ㆍ동아건설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4,164개 건설업체의 99년말 재무재표를 보면 총자본 증자율과 자기자본 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각각 11.2%, 37.7% 늘었다. 반면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경상이익률은 90년 1.0%, 98년 3.1% 감소했고 99년에는 11.1%나 떨어졌다. 공사를 수주해도 밑지는 장사를 하게되어 일을 하나마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체수는 늘어나는데 반해 건설시장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산하 투자기관들이 금년에 계획한 시설공사 가운데 97%가 이미 상반기중에 발주됐다. 민간주택건설 투자도 난개발 방지대책으로 인해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金聖植) 연구위원은 “사회간접자본(S0C) 공사도 거의 마무리단계이고 실질 주택보급률도 100%에 도달한 상태”라며 “신도시가 개발돼도 예전의 `건설특수'를 기대키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이 고성장 시대를 끝내고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들어선만큼 그에맞는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스몰 컴퍼니(Small Company)를 지향해라=국내 건설업체는 외형적 규모는 차이가 있으나 하나같이 빅 컴퍼니(Big Company)이다. A에서 Z까지 한 건설업체가 다 수행하다보니 조직만 방대할 뿐 전문성은 결여돼있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경제가 장기불황에 들어서자 건설업계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였다. 도쿄건설등 대다수 업체가 핵심기능만 남겨놓고 디벨로퍼ㆍ파이낸싱을 분리했다. 또 낮은 공사단가로 고품질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다.
lMF 이전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슬림화ㆍ전문화를 추진해온 S사. 이 회사의 인원은 700명으로 D사(4.000명)ㆍH사(6,000명)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빅 컴퍼니 향수에서 벗어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영전략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매출액 위주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과감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 부실사업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아웃소싱으로 디벨로퍼ㆍ파이낸싱 기능을 분리 조직의 슬림화ㆍ전문화도 추진해야 한다. 마켓팅ㆍ상품기획등 핵심기능만 빼고 정리할 건 다 버린다는 자세로 과감한 조직개편이 없인 새 패러다임에서 생존키란 불가능하다.
건설산업연구원 왕세종(王世宗)연구위원은 “돈과 브랜드가 좌우하는 시대는 곧 막을 내릴 것이라”며 “낮은 단가로 질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만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입력시간 2000/11/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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