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빅데이터 열기 이어가려면


지금 대한민국은 '빅데이터'열풍에 휩싸인 듯하다.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 개최되는 빅데이터 세미나, 빅데이터 교육에서부터 공사를 막론하고 경쟁적으로 표방하는 소위 '빅데이터 서비스'를 보고 있자면 빅데이터란 용어가 흥행의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빅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개념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영정보학의 '데이터 마이닝', 컴퓨터공학의 '데이터베이스 처리기술'을 중심으로 수학이나 통계학에서부터 심리학·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가 만나 학문 간 융합이 이뤄지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인력양성 소홀 외국계에 시장 내 줄판 즉 기존의 특정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이 가미됨으로써 빅데이터의 새로운 가치가 창조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빅데이터는 다른 정보기술(IT) 분야와 달리 전문기술자나 개발자의 점유물이 아니고 각 분야의 전문가 간 협업과 공감으로 완성되며 해당 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그 바탕을 이뤄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구글·오러클·HP·EMC·SAS와 같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에서 빅데이터 기술력과 인적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빅데이터 전문기업 인수를 추진해온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벤더들이 빅데이터 솔루션들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으며 상상도 못한 다양한 빅데이터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미국은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직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빅데이터 처리전문가' '빅데이터 컨설턴트' '빅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등과 같이 최소 4~5개 직무로 세분화돼 새로운 직업군을 형성해가고 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준비 또는 추진 중인 기업이나 기관 중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5.8%에 불과하다. 게다가 빅데이터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한 경우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전문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대기업과 전문기업 간 인수합병이 활성화되지 않는 경제구조의 특성상 전문인력의 양성과 확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태동기에 있는 국내 빅데이터 시장에서조차 토종 빅데이터 기술은 발붙일 곳을 잃고 결국 외국계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현실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생태계 조성위한 부처간 협조 시급국내 빅데이터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양성체계 마련과 지속발전가능한 데이터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사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1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빅데이터 산업 발전전략'은 매우 고무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실행계획과 세부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거나 또는 계획 중인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조율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산업 발전전략의 집행과정에서도 부처 간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개설이 필요하다.

또한 빅데이터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개발뿐 아니라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새로운 문제의 설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발굴과의 종합적 연계가 바탕이 될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목표 설정 및 과시적 사업성과 추진으로 좋은 밑그림을 가지고도 탁상공론만 거듭하다 결국 예산낭비만 초래하고 끝난 정책사례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행처럼 번진 빅데이터 열풍이 순식간에 사그라지지 않으려면 전문기업과 인력양성의 열기를 보존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노력과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