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 등에서는 100달러대를 곧 위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이후 유가안정 등으로 인해 잠잠해졌던 국내총생산(GDP)과 실질국민총소득(GNI) 간 격차가 우리 경제의 이슈로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GNI 부진이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 나아가 정책실패의 탓이라는 논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여 정책담당자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GNI가 우리 경제가 획득한 총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와 같이 GDP와 GNI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회문제가 없는 나라가 있다. 바로 아일랜드다. 지난 90년대 이후 GDP가 연평균 6%대 중반으로 증가했으나 GNI 증가율은 5%대 초반에 그쳤다. 이 기간 중 격차가 3.4%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던 때도 있었다. 그 결과 절대규모에 있어서도 GNI가 GDP의 86%(2005년 기준)에 불과하다. 왜 이런 차이가 났던 것일까. GNI의 산출 과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일랜드는 80년대 중반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외자를 통한 성장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1인당 GDP가 85년 6,000달러 수준에서 2005년 4만달러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이 국내 제조업 매출의 80%, 고용의 50% 수준을 창출하고 있는 등 아일랜드 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됐다. GNI를 산출할 때 외국인투자기업의 배당소득 송금은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므로 GDP에서 차감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실물경제에서는 생산과 혁신 과정 등을 통해 GDP라는 파이를 키운 반면 자본계정에서는 배당소득 송금을 통해 GNI를 축소시켰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기는 하다. GDP와 GNI 간 격차가 배당소득 송금보다는 주로 실물경제에서의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로 인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많이 하더라도 수출가격이 하락하면 벌어들이는 우리 경제 전체의 소득이 줄어들고 또한 원유 등 수입가격이 상승하면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이 하락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GDP가 늘어나기 어렵고 GNI는 더더욱 늘어날 수 없다. 비록 유가라는, 우리 경제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무역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다소 억울하지만 말이다.
결국 GDP는 어느 한 국가 경제의 생산활동 수준을 측정하는 생산지표인 반면 GNI는 생산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보조지표다. 두 지표의 격차 자체가 한 경제의 운용성과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아일랜드와 같이 격차가 확대되더라도 외자를 통해 생산·고용이 확대되고 경쟁력이 향상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우리 경제의 경우 무역손실을 축소하기 위한 수출가격 경쟁력 향상, 석유 의존도 축소 등 교역조건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제는 격차해소라는 논의에서 벗어나 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3만~4만달러 시대 진입이라는 파이를 키우기 위한 경쟁력 향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