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을 제외한 5대그룹의 구조조정 실적 명암은 그룹별로 엇갈린다. 4월까지 구조조정실적을 점검한 금융당국은 5대그룹 전체적으로 「보통」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룹별로는 삼성, SK, LG 등이 전반적으로 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현대가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대우는 이제 첫 걸음을 하고 있다.그룹별 구조조정실적을 점검한다.
◇삼성그룹=삼성의 구조조정은 당초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나 자동차 빅딜 부문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사재(私財)출연 문제가 돌출 되면서 여전히 가닥을 못 잡고 있다.
주채권은행은 자산매각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계획대로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채비율의 경우 지난해말 276%에서 올 연말에서 184%로 5대그룹중 가장 낮은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자산매각 실적만 목표대비 73%인 2조381억원에 머물고 있다. 삼성그룹은 특히 지난 5월까지 9,943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이달중 2조원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등 증시 활황에 힘입어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계열사 수도 작년말 65개에서 올 연말까지 40개로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경우 재무구조개선 이행실적에서는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자동차 빅딜때문에 점수를 많이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자동차를 대우에 넘기는 협상이 잘 진척되지 않는데다 李 회장의 사재출연문제까지 겹쳐 있다. 가장 앞선 구조조정실적, 가장 건실한 재무구조 등을 자랑하면서도 삼성자동차때문에 대외적인 이미지가 흐려지고 있는게 삼성의 현실이다.
◇현대그룹=1·4분기 이행실적이 다소 부진해 눈총을 받았던 현대는 5월부터 자산매각, 외자유치, 분사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 출연이나 계열사 정리는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다.
현대는 5월말 현재 15개사를 청산 또는 합병 등을 통해 정리했고 추가로 29개사를 연말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산 1조원이 넘은 5~6개 우량계열사를 매각하겠다던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자산매각, 유상증자는 6월까지 당초 계획을 초과달성할 수 있다는게 현대측 주장이다. 외자유치도 모두 7억2,6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려 계획보다 2배가량 초과달성했다.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일가들이 계열사 유상증자에 모두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방침도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대우그룹=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12·7 정·재계 합의이후 지난 6개월동안 대우의 행보는 제자리 걸음이다. 눈에 띄는 두드러진 성과가 없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양 그룹 총수의 합의에도 불구, 지지부진하다.
물론 연말까지 시간을 벌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외자유치성과가 없고 알짜배기 사업을 내다파는 과감성(?)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대우의 구조조정작업에 대한 정부나 금융권의 평가가 아직 부정적이지만 당사자인 대우의 구조조정본부는 『이달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결실이 하나둘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금융계는 지난 4월19일 구조혁신방안 발표를 분수령으로 대우 수뇌부의 현실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GM과의 외자유치 협상에 집착하면서 구조조정에 소홀했지만 이제 부터는 그동안 추진했던 계획들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는 이달중 대우경제연구소, 대우투자자문, 서울힐튼호텔 등 10여개 계열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41개였던 계열사는 6월말까지 20개안팎으로 줄어들 전망. 대우는 구조조정 작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구조조정본부 실무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LG그룹=지난 6개월동안 LG그룹의 구조조정은 일단 평균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타의에 의해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면서 현금으로 2조5,000억원이상을 확보하게 된 것외에도 LG-LCD가 국내 최대규모인 16억달러의 외자를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유치하는 등 LG그룹의 구조조정은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거두고 있다. LG는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99.8%로 낮추기 위해 사업매각, 외자유치, 증자 등을 통해 17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LG는 이같은 구조조정 성과와 LG반도체 양도에 따른 동정적인 여론 등을 바탕으로 데이콤에 이어 대한생명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려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확장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동을 걸고 나서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SK그룹=SK그룹은 계열사 빅딜도 전혀 없이 자체적인 재무개선에만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집이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에도 이렇다 할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영위업종이 단촐한데다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어 핵심업종 선정도 용이했다. SK는 지난해 8개사를 정리한데 이어 올들어 1개사를 추가로 정리했다.
SK의 현안은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18.3%)의 인수문제다. 이 지분을 인수해야만 10억달러이상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게 SK의 주장이다. 그러나 주식 가격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최근 한국통신에서 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SK는 지난 1월13일 미국 전력·가스회사인 엔론사로부터 3억달러를 유치하는 등 현재까지 3억6,8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 올해 목표(20억달러)의 18%수준밖에 달성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