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회생의 길

얼마 전 초등학생의 성적 비관 자살 뉴스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조기유학과 캐나다 이민 열풍도 자식교육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교육과열은 교사촌지, 강남학군, 주택가격 급등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킨 주범이 돼왔다. 심지어 가정주부들마저 자녀 과외비 때문에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붕괴 된지 오래며 기업형 학원, 고액과외 등 사교육이 난립하고 있다. 소위 일류대를 나와야 사람대접 받고 미래의 삶이 보장되는 학벌주의 사회가 한국병이 된지 오래다.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11.19)한 올해 총사교육비는 13조 6천억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 교육부 예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초중고학생들의 73%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4집당 1집꼴로 총수입의 30%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킨 원인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고교평준화제도를 지목,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능제도와 함께 그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EAG, 9.16)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육비 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7.1%로써 OECD 평균 5.5%를 상회, 미국(7%), 영국(5.3%), 일본(4.6%) 등을 능가한 세계 최고다. 여기서 학업성취능력 등은 매우 우수하나, 교육여건은 여전히 OECD 평균수준 이하로 나타났다. 국제경영개발원(IMD) 보고서도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을 28위로 낮게 평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투자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보여준다. 글로벌 경쟁 하에서는 5%의 핵심인재가 나머지 95%를 주도하는 등 인적자본이 크게 중시되고 있다. 이는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위한 미래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된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고 기초기술 수준이 취약하다. 그래서 인적자원의 경쟁력은 대학의 역할에 크게 좌우된다. 지금의 공교육을 회생시키고 미래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중심의 새로운 교육경쟁 패러다임 구축이 시급하다. 대학입시 준비에 모든 자본과 자원이 편중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입시경쟁에서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경쟁의 축을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차원의 과감한 시설투자 지원 등으로 대학교육여건의 평준화가 선결과제다. 이를 위해 민관공동의 객관적인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필요시 과감한 통폐합 등으로 교육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간 교육여건의 격차를 해소하여 학과(학부) 중심의 경쟁을 도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둘째, 현행 수능시험은 학력을 측정하는 단순한 자격고사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그 하한점수는 당해연도의 대학수요를 감안, 다소 초과한 일정수준(예, 130%)에서 결정한다. 이 초과정원은 엄격한 평가시스템을 통해 졸업까지 조정하면 된다. 새로운 인재육성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즉 미래 인재개발에 초점을 둔 제대로 된 대학졸업정원제를 시도해봄직하다. 여기서 확보한 신규재원은 인재교육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기 두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전국 동일 학과(학부)의 풀(Pool)을 대상으로 새로운 추첨식 선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소하고 공교육을 회복시켜 왜곡된 교육투자의 효과를 바로 잡는데 기여할 것이다. 여기서 "범인을 수재로 양성하는 것"은 대학고유의 역할과 책임이다. 그 사후 평가는 최종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의 몫으로 돌리면 된다. 미래 인적자원 개발에 합리적인 투자가 수반돼야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연구소장(經博) 겸 논설위원 hschung@sei.re.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