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등 변수 많아 설비투자에 소극적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중장기 포석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과 세계적인 경기불안, 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기보다는 당분간 연구개발 투자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차선의 선택이지만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0년 26.2%를 기록한 후 2001년 7.4%, 2002년 5.9% 등으로 급감추이를 보여온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나면 성장잠재력 둔화 우려도 다소 불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부 대기업만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동차 등 거의 전업종 R&D 투자 늘어
섬유ㆍ의류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전업종에서 R&D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자동차업종의 경우 평균 R&D 투자액은 591억원으로 올해(42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ㆍ전기의 투자규모도 올해 221억원에서 266억원으로, 기계는 88억원에서 10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석유화학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81억원에서 94억원으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으로 R&D 투자가 가장 많은 제약ㆍ바이오산업의 경우 투자액이 103억원에서 11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매출액에 대한 비중도 3.9%로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투자 주도
일부 대기업들만이 대규모 R&D 투자에 나서는 투자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전체적인 투자규모는 늘어나지만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투자 상위 6개 기업의 투자액이 6조4,251억원으로 전체 투자 전망치(9조1,060억원)의 71%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투자예상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30%에 이른다.
대다수 기업이 모두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R&D 투자에서도 '착시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투자규모도 선진국 기업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2000년 기준 미국 모토롤러의 R&D 투자액은 5조6,000억원으로 국내 20대 기업의 투자총액과 비슷했다.
◇해외 R&D도 크게 늘어날 전망
앞으로 해외에서 R&D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현재 해외에서 R&D 투자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R&D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은 33%에 달했다. 이는 결국 기업들이 앞으로 해외에서 설비뿐 아니라 R&D 투자도 병행하면서 '글로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병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