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닷컴기업 돈되는 사업몰려

"게임·성인물 개발시간 짧고 비용 적게든다"IMF 이후 우리산업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닷컴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서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위기로 신규 자금 영입이 어려워 진데다 사이트 운영의 주요 기반인 회원 모집도 포화에 이른 상태다. 게다가 수익을 위해 켄텐츠의 유료화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업계에서는 성인물, 게임 정도가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컨텐츠며 마지막 남은 분야는 교육 정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그 규모에 상관 없이 너도 나도 돈이 되는 성인,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몰리고 있다. 이처럼 '정보의 바다'인터넷에는 정보(情報)는 없고 오락(娛樂)만이 넘쳐 나고 있다. ◇수익모델 마련 '비상'=시간이 지날수록 IT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 포탈업체 중심으로 인터넷 시장이 재편되면서 신설 업체들의 시장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네티즌들이 몰리는 컨텐츠는 게임이나 성인물 등 흥미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에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N사의 경우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바타(avatar)서비스를 통해 하루평균 4,000만원에 올해 100억대의 누적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신규 업체들은 대박을 노리고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로 옷을 갈아 입고 있다. 유명 포탈사이트들 조차 성인, 게임 사이트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이들 컨텐츠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코리아 닷컴, 드림엑스, 나우누리, 인티즌 등이 유료 성인 서비스를 실시한데 이어 올해에는 라이코스, 심마니 등 대표적인 대형 포탈업체들이 뒤를 이었다. 또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하이텔까지 성인콘텐츠의 대명사인 플레이보이 한국판 서비스를 준비 중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 업체들이 이 정도니 중소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말이 아니다. 기업컨설팅 사이트를 운영하다 최근 성인사이트를 준비중인 B인터넷업체 대표 L씨(33)는 "생존이 중요한 상황에서 어쩔 수 밖에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L씨에 의하면 최근 테헤란벨리에는 성인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켄텐츠 사업을 준비 중인 업체만 수십 여 개 이른다. ◇업체들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처럼 업체들이 쉽게 돈이 되는 성인물 등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에 매달리는 것은 다른 컨텐츠보다 개발비나 시간 등이 적게 드는 데 비해 확실한 수익이 검증됐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처음에 눈치를 보던 대형업체 들이 뒤늦게 성인물 등에 뛰어드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생존을 위한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우려의 소리가 높다. 돈이 되는 컨텐츠만 ?는 것은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네티즌들의 편중된 컨텐츠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D 포탈사이트 관계자는 "닷컴 기업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유행만을 쫓는 태도는 단기적인 시각에 기인한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네티즌의 만족도를 높이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것만이 제대로 된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