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대책/의미] 금융대란 잠재울 고단위 처방

우리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이번 사태와 관련, 정부는 그동안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대책을 모색해 왔다. 특히 이번 종합대책은 지난해 은행퇴출등과는 달리 주식·채권시장이라는 시장과 「공동운명체」로 진행될 수 밖에 없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이날 대책에 대한 금융업계나 주식·채권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이던 11월 투신 환매사태로 인한 소위 「11월 금융대란」의 발생 가능성도 희박해 졌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조치는 시장안정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반응도 있다. 총론에 있어서는 1차적으로 최선의 안을 마련했지만 각론에 접어들었을 때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 시장참가자들이 대우채권으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에 대한 세부내용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11월 금융대란」은 없다=이번 종합대책의 1차적인 목적은 11월10일 대우채권에 대한 80%지급을 계기로 우려되던 소위 「11월 금융대란」에 대한 대책이다. 시장은 그동안 엄청난 대우부실 이로 인한 투신권의 부실심화와 구조조정 가능성 은행등 타 금융권의 충격등을 우려, 투자자들이 80%환매를 대량 요구하면서 주식·채권시장이 폭락하는 등 심각한 금융불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왔다. 따라서 이날의 대책역시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어느정도 부실한가에 대한 정확한 실사결과 및 이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채무재조정)등 대응책 투신권 부실에 대한 처리방안과 유동성 지원대책 투신 구조조정 대책등으로 나눠 발표됐다. 먼저 대우그룹 워크아웃 12개사에 대한 중간실사 결과 당초 지난 6월말의 순자산가치 장부가액(14조1,000억원) 보다 순자산가치가 39조7,000억원 줄면서 부채가 자산보다 25조5,871억원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은 이에 대해 실사가 단순히 형식적인 실사가 아니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있는 부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면서 문제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높이 사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같은 손실규모에 대해 정부는 금융기관 대우여신 총 57조원중 31조2,0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과 26조원 규모의 출자전환등 약 60조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회생시키기로 했다. 대우무보증채로 인해 발생한 증권·투신사 손실분(4조6,000억원)에 대해서는 투신 1조3,000억원, 투신운용 4,000억원, 증권사 1조5,000억원, 일반법인과 개인 1조4,000억원씩을 분담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투신, 대한투신외의 투신(운용)사와 증권사는 손실을 자체흡수하거나 대주주 책임하에 처리해 나가고 한투, 대투는 정부, 산업은행, 기업은행 출자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나가기로 했다. 금융시장 불안의 또다른 핵심요인이었던 투신 부실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소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나 시장은 『발표내용대로 된다면 11월 금융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원칙만 있고 각론이 없다=그러나 이날 발표는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의 나열이 대부분이었고 세부적인 각론들이 발표되지 않아 아쉬움을 던져줬다. 예를 들어 은행등 금융권의 채무조정(손실)규모 31조2,000억원에 대해 정부는 『경제가 호전되고 금융기관들의 영업실적이 향상되고 있어 극복가능하다』고 밝히는 등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은행권의 손실규모 12조5,000억원에 대해서도 정부는 『은행권의 BIS비율 하락정도가 1.5%포인트에 그칠 뿐 별 문제는 없다』는 낙관적인 전망만을 밝히고 있다. 투신권 환매자금 확보방안과 관련해서도 1차적으로는 투신 자체자금, 2차적으로는 채권시장안정기금 동원, 3차로 한국은행 개입등의 수순을 밝히면서도 어떻게 자체자금을 마련하고 「유한한」 채권시장안정기금으로 어떻게 「무한히」투신권 채권을 사줄 계획인지에 대한 세부내용이 없다. 성업공사가 투신보유 대우무보증채권을 어떻게 사줄 계획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실적배당상품에 공적자금 투입(?)=한투, 대투에 공적자금이 투입됨에 따라 실적배당 상품의 원리금 보전을 위해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선례가 발생했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번 공적자금은 대우채권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아니고 투신권의 경영부실로 인한 시장붕괴를 우려해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투자자 책임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투신권이 가지는 국내 금융시장 및 경제에서의 위치를 고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퇴출은행의 신탁상품 투자자들에 대한 실적배당등을 고려할 때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향후 시장상황에 좌우=정부는 한국투신, 대한투신의 부실을 해소해 나가기 위해 약 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자금은 기존 자본잠식분과 대우채권으로 인한 손실정도를 메울 정도일 뿐 대우채권외의 일반채권 부실분등은 그대로 투신이 지고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주식,채권시장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투신의 부실이 다시 늘 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투신권의 안정은 시장, 특히 금리에 달려있다. 정부가 대우나 투신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금리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뒀던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투신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금리가 어느정도 안정되느냐에 달려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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